남북한 분단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제 중 과제는 한반도 평화 확보다. 6·25사변의 참화와 후유증 그리고 향후 한반도에서 전면전 재발시 예상되는 민족 공멸의 피해 등을 고려할 때 한반도 평화 확보는 더욱더 절실한 민족적 과제다. 그런데 한반도 평화 확보는 남한 단독으로 이행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한반도 평화 확보의 한 주역인 북한의 행태에 따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 확보 방안은 다양할 수 있다.
북한의 행태에 따라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 확보 방안은 다음과 같은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남북한 간 화해에 의한 평화 확보 방안이다. 남북한 간에 대화·교류·협력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진실한 신뢰가 구축되고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진정한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경우다. 가장 이상적이고 가장 바람직한 경우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속성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 정권과 본 방안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현재 북한 정권은 지구촌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독재 병영 국가이고 군사제일주의와 병진노선을 지상지고의 국가 경영철학으로 고수하고 있으며 언제 무슨 짓을 자행할지 모르는 예측불능의 정권이고 한반도 전역의 북한 중심 공산화 통일을 궁극적인 대남 정책 목표로 고수하고 있는 정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북한 정권과는 진실 된 교류협력이 사실상 어렵고 진정한 신뢰구축 자체가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화해에 의한 한반도 평화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우리의 안보 역량으로 평화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이는 북한과의 합의에 관계없이 북한이 자행하는 평화교란 행위들을 우리의 안보 역량으로 제압하면서 평화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본 방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북한의 대남 폭력 혹은 비폭력 평화교란 행위들을 확실하게 차단·제압할 수 있는 안보 역량을 구비해야 한다. 70여년의 분단사에서 사실상 한반도의 평화 확보 방안은 우리의 안보 역량에 의한 평화확보 방안이다. 김일성에서 김정은까지 북한의 대남 핵심 전략·전술은 기회만 되면 무력으로 남한을 휩쓸어버리고 통일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과 설사 평화체제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허상(虛像)적 평화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허상적 평화를 믿고 위험한 평화에 의존하기보다는 우리의 안보 역량으로 확실한 평화를 확보함이 보다 정확한 평화 확보 방안이다.
세 번째로 북한 정권의 질적 변화에 의한 평화 확보 방안이다. 현재와 같은 정권의 질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 정권과는 사실상 진실 된 한반도 평화 확보는 어렵다. 지금까지 북한 정권은 대남 정책에서 사술(詐術)과 강박(强迫)을 주 무기로 삼고 북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금까지 모든 대화와 교류협력 등 일거수일투족의 초점을 오직 북한 중심의 한반도 통일에 맞추고 있다. 이러한 북한과는 화해에 의한 평화 확보는 사실상 어렵다.
마지막으로 북한 정권의 교체에 의한 평화 확보다. 북한 정권의 교체란 진실 되게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정권으로 바뀌든가 아니면 현재의 비평화적 정권이 사라지고 다른 정권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경우 등을 이야기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이 처해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두 경우 다 쉽게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기회를 포착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 정권 교체도 추구해야만 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네 가지 한반도 평화 확보 방안은 모두 각각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우리의 국익과 전략·전술상 가장 높은 성공 확률을 고려하면서 하나 혹은 복수의 방안들을 선택·이행해야만 한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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