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박세리' 펑샨샨(23ㆍ중국)이 한국 선수의 메이저 2연승을 가로막고 중국 본토 출신으로는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챔피언에 올랐다.
펑샨샨은 1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로커스트힐CC(파72ㆍ6,534야드)에서 열린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를 적어냈다. 지은희(26) 등 4명의 공동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린 펑샨샨은 LPGA 투어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했다.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LPGA 투어 멤버 펑샨샨의 우승은 '공룡' 중국이 대표적인 자본주의 스포츠인 골프에서의 잠재력을 보여준 '사건'이다. 중국은 골프가 112년 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6년 올림픽을 대비해 이미 금메달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지난 2010년 한 기업인이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청야니(23ㆍ대만)에 거액의 후원 약속과 함께 귀화 요청을 했던 사례는 골프에 대한 중국인의 관심과 의욕을 보여준다.
펑샨샨의 우승에는 한국 골프가 밑거름 역할을 했다. 중국 광저우 골프협회 회장인 아버지의 권유로 10살 때 골프를 시작했는데 1998년 미국 무대를 제패한 '골프여왕' 박세리(34ㆍKDB산은금융그룹)의 영향이 컸다. 당시 박세리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 골프 바람을 일으켜 현재 신지애나 청야니ㆍ펑샨샨 또래의 '세리 키즈' 세대를 만들어냈다. 공교롭게도 펑샨샨은 박세리가 첫 우승을 차지했던 이 대회(당시 맥도날드 LPGA 챔피언십)에서 첫 우승을 일궈냈다. 또 펑샨샨은 2009년부터 한국 기업인 코오롱 엘로드와 계약을 맺고 후원을 받아왔다.
2006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 7위를 차지했던 펑샨샨은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청야니의 코치인 게리 길크라이스트의 지도를 받았다. 2008년 중국인 최초로 LPGA 투어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 일본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탔다. 올 들어 3월 유럽 투어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중국 하이난)과 지난달 일본 투어 요넥스 레이디스를 제패했다.
단독 선두 지은희에 3타 뒤진 공동 7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펑샨샨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 골라냈다. 37만5,000달러의 상금을 챙긴 그는 세계랭킹도 10위에서 5위로 껑충 뛰었다. 반면 지난해 이 대회에서 10타 차 압승을 거뒀던 청야니는 공동 59위(12오버파)까지 떨어졌다.
펑샨샨은 "중국에서 '골프의 리나(2011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여자단식 우승)'가 되기를 꿈꿨다"면서 "LPGA 투어 진출을 바라는 중국의 어린 골퍼들이 발자국을 따라올 수 있도록 모델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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