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은 이날 공개된 동영상에서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복면의 남성이 주황색 죄수복을 입은 인질 두 명과 함께 등장해 "72시간 안에 몸값으로 2억달러(약 2,180억원)를 지불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살해하겠다"고 밝혔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인질은 지난해 8월 IS에 억류된 유카와 하루나(42)씨와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47)씨로 알려졌다.
동영상에서 "일본 총리여"라고 말문을 연 괴한은 "(일본 총리는) 이슬람국에 대한 십자군에 참가했다"며 "일본은 우리 여성과 아이들을 죽이고 이슬람교도 집을 파괴하는 데 1억달러를, IS 확대를 막고 이슬람 전사와 싸울 종교적 배반자를 양성하는 데 1억달러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국민을 향해 "너희 정부는 IS와 싸우는 데 2억달러를 쓰는 어리석은 결정을 했다. 이제 너희에게는 이 일본인들의 목숨을 구하도록 2억달러를 내는 판단을 하도록 정부를 압박할 72시간이 주어졌다"고 협박했다.
일본인을 상대로 한 IS 추정 세력의 첫 살해 위협을 소식을 접한 일본 정부는 총리관저 위기관리센터에 관저대책실을 설치하고 즉각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이들 세력이 중동 순방 중인 아베 총리의 2억달러 지원을 문제 삼아 인질 살해 협박을 하고 있는 데 대해 적지 않은 당혹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을 방문 중인 아베 총리는 동영상이 공개된 뒤 가진 현지 기자회견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실로 협박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려운 테러 행위이며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두 일본인에게 위해를 가하지 말고 즉시 풀어줄 것을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몸값 제공 여부에 대해서는 "사람 목숨을 최우선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테러에 굴하지 말고 단호하게 협력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원을 약속한 2억달러에 대해서는 “난민을 구하고 식량이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라며 철회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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