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식품위원이지만 교과위, 복지위 법안 만들고 10일부터는 아시아·태평양 보건컨퍼런스도 주최
김춘진(사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상임위원회를 넘나들며 법안을 만들고 국제 컨퍼런스도 주최해 정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의원은 ‘건강 아시아-새로운 도전에 대한 협력체제의 구축’이라는 주제로 10일부터 1박2일간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리는 ‘제5차 아시아·태평양 보건 컨퍼런스(APCPH)’의 조직위원장으로서 행사를 주관한다.
이번 컨퍼런스는 기후변화, 환경오염, 식품안전, 건강증진, 보건통계, 고령화, 생활환경, 보건경제 8개 분야의 국제 연구과제가 발표된다. 이번 행사에는 제임스 셰빈(James Chauvin) 세계보건협회연맹 회장을 비롯 아태지역 30여개국의 보건전문가, 정책결정자, 학자가 모인다.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등 1,000여명이 함께한다. 김 의원은 “세계적으로 공중위생, 전염병, 기후변화 등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며 “이번 컨퍼런스가 국가간 보건문제를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관계 구축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렇게 국제적인 보건 컨퍼런스를 맡은 김 의원의 상임위는 보건복지위원회가 아닌 농림식품수산위원회다. 농식품위원인데도 복지 관련 컨퍼런스를 여는 것은 상임위를 넘다들며 의정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3선 의원으로 전북 고창·부안이 지역구인 그는 17대에서 보건복지위원회, 18대에서 교육과학기술위원회를 거칠 때에도 자신의 상임위에서만 법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라 농식품위 소관인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당시 음식점 업주들이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소비자들의 건강과 알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밀어 붙였다. “지금도 음식점 사장님들이 불만을 털어놓지만 누군가는 해야 될 일 아니었느냐”는 게 김 의원의 말이다. 농어민들을 위한 법안도 많이 발의했고 실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농림식품수산위원들을 제치고 농민단체에서 유일하게 김 의원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김 의원은 또한 일본 정부가 과거 문둥병환자라고 터부시해왔던 한센인들에 지원을 자국민에만 하는 것을 보고는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소록도 한센인들이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을 트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일제가 소록도 한센인들의 인권침해를 심하게 했던 것에 대한 배상을 받아 내기 위해 일본에 넘어가 관련 의원들을 맨투맨으로 만나 설득한 결과, 일본 법의 개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여의도에서 김 의원이 ‘생활법률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듣게 되자 아예 정부에서 그의 법을 베끼는 경우도 생겼다. 법무부가 지난해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국회에서 통과시킨 인신매매법이 바로 그것이다. 이 법은 당초 김 의원이 2011년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 퇴치 대사인 루이스 시드바카(Ambassador Luis CdeBaca) 국회로 초청하고 법무부 등 정부를 설득하는 등 여론화 작업을 거쳐 법안을 발의했으나,법무부가 마지막에 김 의원 법안을 거의 그대로 베껴 정부입법으로 낸 것이다. 김 의원은 “세상에 의원이 정부로부터 법안을 받아 청부입법을 내는 경우는 많지만 정부가 의원의 법안을 베껴 내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