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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스타작가들이 두산갤러리에 집결했다. 개관 5주년을 맞은 서울 두산아트센터 내 두산갤러리가 확장 공사를 끝내고 재개관 기념전 '리오프닝(Reopening) 두산갤러리 서울'을 개막했다.
참여작가들이 면면이 화려하다. 갤러리 정문에 들어가기 전, 신설공간인 윈도우갤러리(쇼윈도 형태의 전시장)에는 2007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단독 대표작가인 조각가 이형구의 대형작품이 설치돼 있다. 해골모양의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골격구조를 형상화 한 것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인물상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맨체스터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등 활동이 왕성한 권오상의 작품 '컨트롤'이다. 한 사람을 300~400장, 많게는 1,000장씩 구석구석 촬영한 다음 그 사진을 오려 붙여 실제 크기로 만드는 '사진조각'으로 유명한 권 작가는 전통 조각기법을 기반으로 하되 2차원의 사진을 3차원의 입체로 재창조하는 독자적 영역으로 입지를 굳혔다.
안쪽 벽면을 꽉 채운 대형 벽화는 김기라의 '정물(Still Life)'시리즈다. 중세 유럽의 삽화 기법으로 그린 이 정물화는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햄버거ㆍ커피ㆍ콜라 등의 '정크푸드'가 우리 몸을 살찌우는 동시에 죽음으로 내몰고 있음을 은유한다.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인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작가다. 홍경택의 대표작 '서재(Library)'도 만날 수 있다. 2007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대표작 '연필'이 약 7억7,000만원에 낙찰돼 홍콩경매 사상 한국 현대미술 최고가 기록을 세운 것으로 유명한 작가다. 21세기 책가도(冊架圖)인 전시작은 조선시대 민화의 다시점 기법과 상징적 사물들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되 작가 특유의 다양한 색상과 질서정연한 구조가 반영됐다.
사진작가 백승우의 작품은 벽 대신 좌대 위에 설치돼 있으며 관객이 집어갈 수도 있다. 작가가 수집한 5만장의 사진 가운데 8장을 골라 그럴듯한 가짜이야기를 만들게 한 작품이다. 작가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동일한 사건도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사진의 역할에 대해 끝없이 질문한다.
전시장을 한바퀴 돌아 나오면 민성식의 작품 '부두(Harbor)'와 마주게 된다. 새파란 바다와 주황색 배가 이루는 대비가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 작품은 거대한 권력앞에 놓인 개인의 꿈을 상징하는 작은 돛단배가 주인공. 그 옆 김인배의 설치작품은 추상적이지만 인체의 움직임이 담긴, '드로잉처럼 보이는 조각'이다. 이외에도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중인 사진작가 김인숙, 2010년 한진해운의 양현미술상 수상자인 설치작가 이주요, 2009년 에르메스미술상 수상자인 박윤영, '기계 생명체' 작품으로 유명한 최우람을 비롯해 정수진, 성낙희, 이동욱 등 총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산레지던시 뉴욕의 장기입주작가였다는 것. 연강재단이 운영하는 두산갤러리는 2009년 세계미술의 중심인 미국 뉴욕 첼시에 갤러리와 레지던시를 열고 1년에 6명씩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며 거주용 아파트와 작업실, 전시와 현지미술계 교류기회를 제공해 국제 진출의 발판을 마련해 주고 있다. 전시는 8월19일까지. (02)708-50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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