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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출판계 불황 깰 비밀병기"

박영준 교보문고 E커머스 사업본부장<br>지난해 매출 100억원 달성…<br>전용단말기로 올 180억 목표


"출판계의 협력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전자책이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신뢰를 이끌어내겠습니다."

지난해 전자책으로만 100억원 매출을 달성하고 올해 180억원의 매출 목표를 세운 교보문고의 박영준(51ㆍ사진) E커머스 사업본부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출판업계와의 상생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광운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1986년 교보문고에 입사, 오프라인 유통, 뉴미디어사업 등을 두루 거친 그는 "출판계가 전자책 출간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수익이 낮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편리함을 느끼는 독자들이 늘고 있으니 구매로 연결되는 게 수순이다. 올해 출판업계에서 두 배 이상 성장하는 유일한 분야가 전자책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2000년대 초 일찌감치 국내에 전자책이 등장했지만 단말기 미흡과 불법복제 우려에 따른 콘텐츠 부족 등으로 B2C(기업 대 개인)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시장은 1,600억원 규모로 커졌고 KT올레북ㆍSK플래닛 등 대기업도 뛰어들었다.

박 본부장은 "관상용인 꽃 양귀비는 꽃봉오리 껍질이 딱딱해 꽃이 피기 전까지는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없다"며 "그러다 순간 만개하는데 신기할 정도다. 전자책시장도 꽃 양귀비처럼 열릴 것"이라고 기대했다.

매출 100억원 규모는 교보문고 전체 매출(5,900억원) 중에서는 미미하지만 만개를 앞둔 시장을 대비해 투자를 늦추지 않을 계획이다.



스마트기기 보급을 전자책 성장의 원동력으로 꼽는 박 본부장은 "스마트폰 2,500만대 시대가 되면서 전자책 인지도가 커졌다"며 "앞으로 태블릿PCㆍ스마트폰 등에 맞는 앱을 개발해 플랫폼을 구축하고 콘텐츠를 더욱 다양하게 갖춰나가야 한다"고 투자 방향을 설명했다.

교보문고의 차별화 전략을 묻자 그는 전용단말기를 내밀었다. 교보문고는 2009년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2종의 전자책 전용단말기(SNE-50KㆍSNE-60K)를 내놓았지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해 11월에는 퀄컴과 손잡고 세계 최초로 고급형 컬러 전용단말기 '미라솔'을 출시했다. 또 1월 아이리버와 공동으로 10만원대 범용 전용단말기 '스토리K'를 내놓았다. 스토리K는 한 달 만에 1만대가 판매됐다.

박 본부장은 "'미국 아마존의 킨들은 전용단말기로 전자책시장을 주도적으로 키웠는데 왜 우리는 안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각종 스마트단말기는 독서에 집중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은데다 눈의 피로도가 심각해 독서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스토리K가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맡고 미라솔은 명품시장을 열어갈 것이다. 시력 보호는 물론 컬러 구현과 동영상 구동이 가능한 미라솔은 EBS 교육방송 청취 등 청소년들의 학습용 단말기로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35만원이라는 가격 저항을 상쇄하기 위해 200여종의 신간과 베스트셀러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교보문고는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전용 콘텐츠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1월 시작한 1인 출판시스템 '펍플'을 통해 새로운 저자를 발굴하고 독자적인 콘텐츠도 늘려가겠다는 것. 그는 "하루에 평균 250~300여종의 신간이 발간되는데 그중 90%가 절판된다. 책의 유통 사이클이 짧아져 애써 만든 책이 빛을 못 보는 사례가 많다. 절판된 책이 펍플로 재출간돼 전자책 분야 1위(박윤후의 백번째 남자)에 오르기도 했다"며 "또 출판계가 팔리는 책 중심으로 출간할 수밖에 없어 일반인들은 출간이 쉽지 않다. 펍플은 원고만 있으면 소량의 종이책과 전자책이 동시에 출간되니 좋은 콘텐츠만 있으면 저자가 될 수 있는 시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책은 1년 이상 공들여 압축해놓은 지식의 집합체"라며 "클릭 한번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휘발성이 강하다. 공들인 지식을 공유하고 되새김질해 내 것으로 소화해내는 데 독서만 한 게 없다"고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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