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올라갔던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사흘 동안 중부지방에 300㎜ 안팎의 많은 비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흘러내린 토사로 고속도로가 전면 통제되는가 하면 교통사고와 주택ㆍ담장 붕괴 등 피해가 잇따랐다.
12일 낮부터 중북부 지방에 위치한 장마전선이 느리게 남하하다 경기지방에 머무르면서 서울과 경기, 강원지방에는 사흘 동안 300㎜ 안팎의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12일 새벽 0시부터 14일 오후 1시 현재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기도 가평군 하면이 322㎜로 가장 많았고 강원 철원군(301㎜), 서울 북악산(285㎜), 경기 포천 신북(254㎜), 서울 정릉동(252㎜) 등에서도 비교적 많은 비가 내렸다.
장대비가 집중적으로 내린 서울과 경기, 강원지역에는 도로와 주택침수, 시설물 붕괴 등 비 피해가 잇따랐다.
소방방재청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14일 오전 9시 30분께 춘천시 동내면 사암리 중앙고속도로 춘천방향 383㎞지점에서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들면서 한때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도로공사는 사고 직후 인근 국도를 개방해 차량을 우회시키는 한편 중장비 등을 투입해 토사와 나무를 제거하는 등 긴급복구 공사를 벌여 사고발생 2시간여 만에 1개 차로에서 차량통행을 재개했다.
또 강원도 양양군 한계령 부근에서도 토사가 유출돼 1개 차로가 통제됐고, 경기도 동두천에서는 신천병 도로가 침수돼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날 차량통행이 통제된 곳은 중앙고속도로를 비롯해 국도 4곳 등 모두 10개 구간에 달했다. 설악산을 비롯한 강원도내 국ㆍ공립공원 등산로 120여 곳도 입산이 통제됐다.
갑자기 불어난 물로 고립과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14일 오전 10시39분께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중랑천 주변 자전거 도로를 산책하던 김모(69)씨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갇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물이 가슴까지 차오르자 빠져 나오지 못하고 인근 공공 운동시설에 매달려 있다가 지나가던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오전 10시12분께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학여울역 방면으로 주행 중이던 소나타 승용차가 인도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와 탑승자 등 모두 4명이 팔과 다리 등을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13일에는 서울 녹번동에서 다가구 주택의 석축이 붕괴돼 1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29분께 축대 10m 가량이 무너지면서 주민 104명이 구청으로 대피한 상태다. 이에 앞서 12일 오후 11시7분에는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2층 연립주택 지붕 일부가 내려앉으면서 집 안에 있던 김모(67ㆍ여)씨가 갖혔다가 119 소방대에 구조됐고 은평구 부산동과 불광동 등에서 주택 담장 10~15m가 무너지기도 했다.
한때 통행이 재개됐던 서울 잠수교는 다시 통행이 다시 통제 됐다. 한강홍수통제소는 14일 팔당댐 방류량이 초당 1만여 톤에 달해 잠수교 수위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전면 통제 조치를 내렸다.
이 밖에 경기도 연천읍의 주택과 일부도로가 침수됐고, 경기도 가평군 북면과 가평읍 일대 주택 15채가 침수됐다. 경기도 포천에서도 상가 10여 채가 물에 잠겨다.
기상청은 제7호 태풍 솔릭(SOULIK)이 중국을 향해 이동하면서 북태평양 고기압의 남하를 막아 장마전선이 중부 지방에 정체된데다 태풍 때문에 수증기까지 많이 유입되면서 서울ㆍ경기 등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렸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중국으로 진출한 태풍이 품고 있던 많은 수증기가 장마전선에 영향을 줘 이번 주에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강한 비구름대가 느리게 남하하면서 천둥과 돌풍, 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올 것"이라며 "15일까지 중부지방에 50~100㎜, 많은 곳은 150㎜ 이상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반면 중부지방과 달리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든 남부 일부지방은 낮 기온이 35도를 넘고 밤에는 열대야까지 나타나는 등 폭염에 시달렸다.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내리면서 전라남도와 경상북도, 대구광역시에 내려진 폭염주의보는 13일 오후 해제됐지만 14일 오전 11시 현재 제주도 서부지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기상청은 이번 주도 남부 내륙지역을 중심으로 대구 34도, 전주ㆍ제주 32도, 광주ㆍ청주 31도 등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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