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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 시스템 변화오나 촉각

■ 미국 법무부, S&P 제소<br>CDO 신용등급 부풀려 투자자에 막대한 손실<br>무디스·피치는 빠져 미정부 괘씸죄 작용 분석

"지난 2004년 9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S&P는) 사기의 의도를 가지고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해 모기지 관련 채권들에 대해 특정한 계획을 꾸민 뒤 이를 실행했다."

미국 법무부는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모회사인 맥그로힐을 상대로 4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제출한 소장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융위기를 촉발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채권에 S&P가 우량 신용등급을 부여한 것은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한 사기라는 결론이다.

이번 소송에서 법원이 법무부의 주장을 인정한다면 세계 최대 신용평가사인 S&P는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또 채권발행 기업이나 은행 등이 신용평가사를 통해 채권등급 평가를 받는 현재의 시스템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 법무부의 조사는 2010년에 시작됐고 2011년 8월 당시 S&P는 국가채무한도 증액 문제를 이유로 미국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직후 미 언론들을 통해 조사 사실이 알려졌다. 법무부는 지난 3년 동안 투자자에게 매각된 후 가격이 급락한 약 30개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채권이 포함된 부채담보부증권(CDO)에 혐의를 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CDO의 신용평가를 통해 S&P가 벌어들인 수수료는 약 1,300만달러에 달한다.

법무부는 S&P가 의도적으로 이들 CDO의 신용등급을 부풀리고 위기 직전까지 이를 유지함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기 위해 전현직 S&P 직원들의 증언을 청취하고 S&P로부터 받은 2,000만쪽의 e메일을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법무부는 사기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S&P 직원들의 e메일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용평가사는 채권의 신용을 평가하면서 동시에 피평가자인 채권발행기관으로부터 수수료 수입을 받는다. S&P는 서브프라임모기지가 포함된 CDO의 위험을 알면서도 수익을 위해 눈감고 후한 신용등급을 부여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S&P는 "법무부의 소송은 법적 가치가 없고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박했다. S&P는 또 CDO 가치가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지 못한 것은 잘못이지만 다른 평가기관들 역시 똑같은 등급을 매겼다고 강조했다.

앙측은 소송에 앞서 4개월간 협상을 벌였으며 이 협상에서 법무부는 S&P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을 제시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10억달러의 벌금과 함께 S&P에 공식적으로 잘못된 행위였음을 인정하라고 법무부가 요구한 것이다. 만약 S&P가 잘못된 행위라는 점을 인정하면 신용평가를 믿고 CDO를 산 투자자들의 소송에 휘말리게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S&P는 1억달러의 벌금과 잘못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양측의 협상은 결국 최근 결렬됐고 법무부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법무부가 형사 대신 민사소송을 택한 것은 엄격한 증거가 덜 요구되는데다 재판과정에서 관련자들의 증언을 통해 추가로 명백한 증거가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 법무부가 S&P를 제외한 무디스ㆍ피치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하는 과정에서 빚어졌던 S&P와 미 정부의 대립을 상기시키며 괘씸죄도 소송의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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