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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경기에서 골이 없다가 11경기째에 2골. 그 2골이 한국을 3회 연속 아시안컵 4강으로 이끌었다. 이제 한국은 이란-이라크전(23일) 승자와 26일 오후6시(한국시각) 결승 진출을 다툰다. 2007·2011년 대회에서 연속 3위에 멈췄던 한국은 55년 만의 우승에 2승 앞으로 다가섰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22일 멜버른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 아시안컵 8강에서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1위 우즈베키스탄(한국은 69위)을 연장 끝에 2대0으로 이겼다. 우즈베크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은 9승2무1패,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패배 이후 21년간 11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이어갔다. 또 역대 아시안컵에서 치른 4차례 8강 연장에서 불패 행진을 계속했다.
연장 전반 14분 스물세 살 동갑인 ‘분데스리가 절친’ 김진수(호펜하임)와 손흥민(레버쿠젠)이 선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왼쪽 측면의 김진수가 수비진 사이에서 올린 짧은 크로스를 손흥민이 다이빙 헤딩 골로 마무리한 것.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본선 2차전(알제리) 이후 A매치 10경기에서 골이 없던 손흥민은 “손흥민의 투입으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전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손흥민은 오만과의 1차전 이후 감기로 2차전을 거르고 호주와의 3차전에야 후반 교체 투입되는 등 에이스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동안의 아쉬움을 이날 선제 결승 골로 털어낸 손흥민은 자신의 등번호이자 2011년 대회에서 박지성이 달았던 7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대로 경기가 끝난다면 한국의 4경기 스코어는 모두 1대0으로 쓰이는 상황이었다. 서로 힘 빠지는 경기를 하다가 억지로 얻은 한 골로 겨우 이긴다고 해서 붙은 ‘늪 축구’ 별명이 계속되는 듯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한국축구에 붙은 오명까지 떨쳐냈다. 연장 후반 14분 50m ‘폭풍 드리블’로 오른쪽을 무너뜨린 차두리(FC서울)의 패스를 그물을 찢을 듯한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한 것이다. 상대 골키퍼가 몸을 날려도 손이 닿지 않는 크로스바 바로 아래를 뚫었다. 슈팅 직후 근육 경련으로 들려 나간 손흥민은 종료와 함께 절뚝거리며 그라운드로 들어와 동료들을 껴안았다. 손흥민의 A매치 기록은 38경기 출전에 9골이 됐다. 이 쐐기 골로 한국은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한 경기 멀티 골을 달성했다. 수비에서는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의 연속된 선방으로 전 경기 무실점 행진이 계속됐다. 전·후반 몇 차례 결정적인 실점 위기를 잘 막아낸 김진현은 우즈베크의 총공세가 펼쳐진 막판 20분 가까운 시간 또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감기 탓에 쿠웨이트와의 2차전을 걸렀으나 3경기에서 선방 횟수가 10회에 이른다.
이날 경기는 한국의 홈경기 같았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대규모 응원전을 펼친 현지 교민·유학생·여행객들 때문이었다. 수천 명이 “대~한민국” “오~필승 코리아”를 외쳤다. 한국은 23일 오전 4강전이 펼쳐질 시드니로 이동, 그곳에서 회복훈련을 한다. 시드니는 대표팀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흘 동안 호주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담금질한 도시다.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 장소도 시드니였다. 경기가 열릴 시드니 스타디움은 8만4,000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 시드니 역시 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라 더 화끈한 응원이 예상된다.
한편 경기 후 미르잘랄 카시모프 우즈베크 감독은 “결승전처럼 치열한 경기였다”고 돌아보며 “한국의 결승행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는 “연장 30분만 볼 때 우리가 승리를 가져갈 자격이 있었다”며 “전반에는 패스 미스도 많고 부족한 면이 있었지만 우리는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정신력을 강화해 싸워준 점에 대해 칭찬밖에 해줄 게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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