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자국의 역사와 경험에서 무언가 배우려 하지 않으며 한국만의 특수성에 주목하지도 않는다"강준만 교수가 바라본 한국ㆍ한국인의 특성과 문화다.
"한국인은 늘 밖만 쳐다본다. 미국으로 갔다가 프랑스로 달려가고 네덜란드로 갔다가 스웨덴을 거쳐 핀란드도 기웃거린다. 웬 모델을 그리도 많이 수입하는지 어지러울 정도다. 한국과 수준이 비슷한 나라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자기보다 좀 못하다 싶으면, 대놓고 얕잡아 본다"익히 접해서 알고는 있었지만 강준만의 날카로운 통찰이다.
그렇다면 지구촌 여러 나라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문화는 어떨까?
두툼한 계약서를 준비하는 미국인, 공손한 꾸물대기로 질질 끄는 영국인, 눈치가 살아 있는 프랑스인, 시시콜콜 따지는 독일인, 융통성이 너무 많은 이탈리아인, 계약을 과정쯤으로 여기는 그리스인, 말 한마디로 끝내는 아랍인, 표리부동한 일본인 그리고 빠르고 화끈한 한국인.
'세계 문화의 겉과 속'은 오랫동안 세계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한국학에 천착해온 강준만이 내놓는 '세계 문화 총정리'다. 세계 문화와 한국 문화를 종횡으로 엮어 그 속에 숨어 있는 심리적 상흔과 이데올로기의 뿌리를 추적하면서 명(明)과 암(暗)을 평가한다.
강준만은 대한민국이라는 국적성을 전제로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그는 특히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intercultural communication)'에 주목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의 무역의존도는 무려 113%다. 이 같은 수치는 한국인이 바깥만 바라보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해 준다. 그러나 자기 문화를 모른 채 세계 문화를 이해할 수 있을까? 세계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즉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문화를 잘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한국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선 밖을 바라보고 살 수 밖에 없으며 또 마땅히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지켜야 할 조건이 하나 있다. 한국에 대한 공부도 병행하면서 비교 연구적 관점에서 밖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발전 모델과 관련해 무턱대고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 등을 기웃거릴 것이 아니라 한국과 그 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철저히 공부하면서 밖을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 점을 전제로 해야만, 한국인의 해외 지향성은 미덕이요, 당위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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