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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1번지 서울 종로의 옆에 위치한 중구. 유력 정치인 2~3세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정치명가(政治名家) 후손 간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는 양상으로 여야의 승패를 떠나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에서 최후에 누가 웃을지 주목되는 지역이다.
이 치열한 격전지의 주인공은 정진석(51) 새누리당 후보와 정호준(41) 민주통합당 후보.
정진석 후보는 6선 의원을 지낸 고(故) 정석모 전 내무무 장관의 아들로 충남 공주ㆍ연기에서 16ㆍ17대 국회의원, 18대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배지를 달았고 최근까지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으로 일했다. 정호준 후보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스승인 정일형 박사의 손자이자 5선인 정대철 상임고문의 아들로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비서실 정무행정관을 거쳐 민주당 중구 지역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두 후보 간 이미지는 극명하게 갈린다. 정진석 후보는 풍부한 국정경험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반면 정호준 후보는 중구에서 3번이나 출마한 지역 토박이임을 앞세우고 있다.
두 후보의 포부에서는 초반 치열한 신경전이 느껴졌다. 신당동에서 만난 정진석 후보는 "상대 후보는 나를 철새라고 비판하는데 이렇게 몸무게 많이 나가는 철새도 있냐"며 "검증된 국정경험이 나의 경쟁력"이라고 호소했다. 장충동에서 만난 정호준 후보는 "중구가 더 이상 철새 정치인들이 머물다 떠나는 지역이 아닌, 이제는 40년 동안 중구에 살아온 중구 토박이 일꾼이 일할 때"라고 맞섰다.
이번 총선의 원하는 후보상에 중구 주민들의 생각은 뚜렷하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아버지 보고 찍냐"며 손사래를 치며 "중구를 위해 일할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황학동 중앙시장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이모 사장은 "경기가 어려워 재래시장 상인들은 죽어 가는데 대형마트까지 들어서니 정말 힘들다. 중구를 위해 일할 진정성을 가진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30년 동안 중구 약수시장에서 일해온 김모 할머니는 "정치쇼만 하는 정치인에게 투표 자체를 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지역 곳곳을 찾아 주민들에게 다가서는 두 후보의 걸음도 신중하다. 정진석 후보는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풍부한 의정활동 경험을 내세우면서도 옆집 아저씨 같은 포근한 모습으로 주민들에게 다가선다. "지역구 안에 있는 성동고등학교를 다닌 인연과 신당동 떡볶이를 먹으면서 정치인의 꿈을 키웠다"며 중구 발전의 적임자라고 표방한다. 정호준 후보는 주민 한 명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출근길 직장인은 물론 동네 어르신과 등교하는 초등학생까지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친화력을 보였다. 그는 "17ㆍ18대 총선에 도전해 고배를 마셨지만 8년이라는 시간을 중구 주민들과 함께한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초반 판세는 두 후보 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다만 정호준 후보가 최근 앞서가는 분위기다. 지난달 21일 후보직을 사퇴한 조순형 자유선진당 의원이 암묵적 지지를 표명한 탓. 그럼에도 중구는 여전히 결과를 쉽게 가름할 수 없는 초격전지다. 지난 여섯 차례 총선에서 여야는 3승3패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바람을 많이 타는 곳인 셈이다. 두 후보 외에도 장준영 국민생각 후보, 오정익 청년당 후보 등이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고 부동층이 15% 이상이나 돼 이들의 향배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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