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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독서위기 파일럿북으로 풀자


"서점은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매년 10%씩 떨어지고 있고 올해도 마찬가지예요. 인터넷 서점도 정체된 상황이니 독서인구 감소 자체가 원인인 것 같아요. 내 경쟁자는 서점이었으면 좋겠다는 통신사의 광고가 나오지만 이렇게까지 죽일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2대에 걸쳐 50여년간 서울 신촌에 자리를 지켜온 홍익문고 박세진 대표의 푸념이다. 지난해 재개발로 사라질 뻔하다 주민들의 탄원으로 되살렸지만 갈수록 책 사는 사람이 줄다 보니 한숨만 깊어가고 있다.

지난 2003년 3,589개에 달했던 전국의 서점이 2013년 2,331개로 10년 새 1,200여개 줄었다. 업계 1위 교보문고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출판사 사정은 단군 이래 가장 큰 불황을 겪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들릴 정도로 심각하다. 맏형 격인 민음사가 지난해 사상 처음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는 등 대부분의 출판사들이 이익을 못 내고 대형 출판사들마저 감원하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에 시달리고 있다.

책 읽는 국민이 지난해 조금 늘었다지만 1년에 한 권이라도 읽는 성인의 비율은 지난해 71.4%로 아직 1994년 86.8%를 크게 밑돌고 있다.

창조혁신 동력 출판·서점 아사 직전

서점의 위기, 출판의 위기는 책의 위기, 독서의 위기, 나아가 창조혁신의 위기로 이어진다. 개인은 물론 기업·국가의 혁신은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데서 출발하고 이는 영화·음악 등 쉽고 편리하게 접할 수 다른 콘텐츠보다도 책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의 원인은 서점 간의 과도한 가격할인 경쟁이 적지 않지만 근원적으로 보면 독서인구 감소와 디지털 정보사회로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탓이 크다. 할인 경쟁 문제는 올 11월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서 할인률이 15%로 제한돼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 정보사회에 유연하게 접근하면서 독서를 부흥시키는 일이다.



이와 관련해 출판업계에 디지털 시대에 맞게 수요자인 독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주고 출판사와 저자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요약본 파일럿북 서비스를 제안하고자 한다. 저자가 직접 책의 핵심을 간추려 내용에 따라 5~15%의 분량으로 내실 있게 요약하고 책 가격 대비 20~50%에 판매해보자는 것이다. 저자들은 파일럿북에서 실패할 경우 독자 유인이 어렵다고 판단할 정도로 심혈을 기울이자는 것이다. 출판사는 인기 있는 파일럿북을 골라 출판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도 있다. 물론 가격이 얼마가 적정한지는 시장에 맡겨야겠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하루에도 엄청난 정보가 쏟아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소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라 심층분석된 정보를 편리하고 신속하게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해지고 있다. 핵심 정보를 빨리 파악할 수 있다면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출판사도 저자도 독자가 상생해 창의혁신 시대에 걸맞은 인재·국민이 되게 해보자는 것이다. 소설이나 수필 같은 문학작품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논픽션은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독서 시장도 아직 큰 흐름은 아니지만 오프라인 책에서 전자책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자책 판매비율이 1%를 맴돌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20%를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특히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전자책을 많이 보는데 스마트폰 환경이라면 파일럿북에 대한 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미 책요약 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있다. 북코스모스사의 '북다이제스트'와 네오넷코리아의 '북집' 서비스다. 연 20억~30억원 시장이라 한다. 1년에 9만원 정도의 회비로 마니아에게 제공하거나 기업간거래(B2B)로 관공서나 기업과 계약해 직원들에게 서비스하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출판사가 직접 나서서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얘기다. 저자가 직접 할 경우 설득력이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저자가 쓰는 요약판으로 상생 모색을

병인양요 당시 강화도를 침공한 프랑스 군대가 가난한 집에도 책이 있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는 말이 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부모가 자식이 책을 산다면 뭘 팔아서라도 사주고, 책과 글을 높이 숭상하는 유전자가 우리에게는 있다. 파일럿북이 이러한 DNA를 깨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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