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서를 뽑은 박정상은 흑29로 기분좋게 굳혔다. 이것으로 흑은 4귀생이다. 실리로는 단연 앞선 모습이다. 이렇게 되면 백의 갈길은 자명하다. 드넓은 중원에다 희망을 걸어보는 도리밖에 없다. "일단 백이 부담스러운 진행입니다. 허공에다 말뚝을 치는 노선은 프로들이 꺼리는 것이지요. 일본의 다케미야 같은 기사는 예외지만 말이지요."(목진석9단) "뭐 그렇긴 하지만 최근의 이세돌은 자유자재니까 기다려 봐야 합니다. 최철한을 상대로 외세 바둑을 여러 번 성공하기도 했으니까요."(김성룡9단) 백30과 32는 외세키우기의 첫걸음이다. 흑33의 삭감은 다소 이른 느낌이 있지만 유력한 작전이다. 좌변은 조금 찌그러져도 괜찮다는 것이 박정상의 판단이다. 하지만 좌변을 순순히 받아주는 방식도 있었다. 참고도1의 흑1로 받으면 흑은 2로 상변을 키우게 되는데 그때 삭감책을 강구해도 늦지는 않다. "아마 이창호 같았으면 이 노선을 선택했을 겁니다."(김성룡9단) 백36은 아마추어들이 기억해둘 만한 수순이다. 참고도2의 백1로 상변을 키우는 착상은 지금으로서는 하지하책. 흑2로 누르고 계속해서 4로 덮어씌우는 것이 너무도 멋진 수순이 된다. 백38의 시점에서 흑이 서둘러야 할 최선의 수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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