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7일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주미대사 후임 인선작업을 진행 중이고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22일 이명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만큼 후임인선은 21일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인선 기준도 이미 마련했다. 이 관계자는 "후임 주미대사는 미국 사정에 정통하고 당장 투입해도 일을 할 수 있도록 외교적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미국 측에서도 인정할 수 있는 후보를 골라 아그레망(외교사절 부임동의) 기간을 줄여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후임 주미대사 후보로는 천영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정치권의 대표적 '미국통'이자 4ㆍ11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박진(3선)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외에 외교적 식견과 경륜이 있는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외교부 내에서는 김숙 유엔주재 대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북미국장을 지내며 미국 내 인맥을 형성하고 있고 유엔 대사로 폭넓은 글로벌 인맥도 갖고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여기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내며 북미관계에도 정통하다는 평이다. 4ㆍ11 총선 이후 변화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상황 등을 고려해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국제통인 허경욱 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등 경제관료나 학계 인사도 거론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반드시 외교관일 필요는 없고 북미대화 등 대북문제에 무게를 싣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하마평에 올랐던 후보들은 대부분 배제되는 분위기다. 한 전 대사가 무역협회장으로 추대되며 후보에 올랐던 사공일 전 무역협회장은 연임을 사양하면서 '쉬고 싶다'는 뜻을 피력, 일찌감치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현직 장관을 주미대사로 보낸 전력이 없는데다 다음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를 책임져야 하는 점이,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은 외교 경력이 없다는 점이 부담이 됐다는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직 장관 중에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한미 FTA 등을 고려해 유력 후보로 올랐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4ㆍ11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한편 주미대사 사임 후 전일 급히 미국으로 돌아간 한 전 대사는 뉴욕을 거쳐 워싱턴에 도착한 후 바로 귀국 준비를 위한 신변 정리에 들어갔다. 한 전 대사는 20일께 귀국해 22일 무역협회 총회 등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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