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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효율 분야의 세계적 석학 에머리 로빈스가 지난 1989년 제시한 '네가와트(negawatt)' 는 전력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뤘다. 네가와트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메가와트)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에너지효율 개선과 절약을 통해 '아낀 전기'를 말한다. 네가와트 시장은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떠올라 주요 선진국에서도 채택하고 있는 정책이다. 늘어나는 전기소비에 맞춰 발전소와 송전선을 계속 건설하는 것이 국가적으로 올바른 방향인가를 고민한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4월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네가와트 시장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9월 '에너지신산업 대토론회'를 비롯해 수많은 논의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마련했다. 이달 25일 '수요자원거래시장' 개설을 앞두고 있다.
수요자원거래시장에서는 빌딩·상가·공장 등 전기사용자가 절약한 전기를 모아 팔 수 있다. 수요자원거래시장에 참여해 누구나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 될 수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어떤 사우나 주인은 아낀 전기를 판매해 485만원, 그리고 전기절약에 따른 요금 감소분을 포함해 연간 588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아낀 전기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처럼 시장에서 거래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신뢰가 요구된다. 전기사용자의 절감량을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수요관리사업자가 필요한 이유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전기사용자와 계약을 맺어 절감량에 따른 수익을 공유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자다. 수요자원거래시장이 생김으로써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는 셈이다.
수요자원이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면 지난 몇년간 전력공급 부족으로 겪었던 전 국민적 불편을 해결하고 비싼 발전기를 대체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게 된다. 또 발전기와 송전탑 등 전력설비를 덜 건설해도 되므로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입지 문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진다. 이 시장이 전력산업 미래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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