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부터 가동된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30년인 설계수명을 다해 2007년 대대적인 점검과 부품교체를 거쳐 2017년까지 10년간 연장운영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내 전체 원전 고장의 20%가 여기서 발생할 정도로 노후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2월 블랙아웃 사고 은폐에다 납품비리까지 터져 안전성 논란은 더 커졌다.
정부가 3개 기관의 보고서에 각각 똑같은 비중을 둔다 하더라도 결국은 IAEA 보고서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IAEA가 이번에 얼마나 명쾌하게 보고서를 작성할지가 관건이다. 사활에 대한 자신 있는 권고나 판정보다는 기술상의 문제들에 대한 지적과 개선요구 정도에 그칠 경우 애매모호해질 수 있다.
그런 경우 이번 진단 결과가 오히려 소모적 논란을 더 확산시킬 우려가 크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환경단체들은 정부가 IAEA에 점검을 의뢰한 것을 두고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을 위한 꼼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공신력을 인정 받는 IAEA조차 믿을 수 없다고 한다.
IAEA의 분명한 입장표명과 함께 정부는 한점의 의혹도 사지 않도록 3개 기관의 보고서를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 설마 미리 정한 방향에 맞추기 위해 진단 결과를 짜깁기하는 따위의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3개 진단보고서에 대한 종합 결론을 내릴 주체를 객관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가동이 불안하다는 결론이 나면 가차없이 폐쇄해야 하지만 반대 결론이 나올 경우에는 더 이상의 안전성 논란을 접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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