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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상보육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한 조찬강연에서 한 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무상보육 정책을 설명한 것을 소개하며 "고단한 국민이 기뻐할 때 정치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인 오전9시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한구 원내대표는 조금 다른 말을 했다. 그는 "무상보육 정책이 지방자치단체와 보육교사, 학부모 전체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잘하려고 했던 게 오히려 혼란과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면서 정부의 조치를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의 말대로 지난해 국회는 2012년에는 5세와 0~2세, 오는 2013년부터는 3~4세 영유아에게 보육료와 학비를 주는 무상보육 예산안을 통과시켰지만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학부모ㆍ영유아ㆍ교사 모두 반대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시계를 지난해 말로 돌려보자. 2012년 예산안을 논의하던 지난해 12월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마지막 회의에서 갑자기 정부 여당은 0~2세 무상보육을 들고 나왔다. 보건복지부에서조차 0~2세보다는 3~4세가 시급하다면서 반대했지만 예산을 틀어쥔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여당 의원들은 그대로 밀고 나갔다.



복지위 출신인 주승용 민주통합당 의원이 "0~2세까지 시설을 이용하는 영ㆍ유아가 아주 적은데 생색만 내려 한다"고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4월 선거를 앞두고 여야 대부분의 의원이 그대로 넘겨버렸기 때문이다. 재정부 역시 약 3,000천억원~4,000억원의 예산으로 가능한 안은 0~2세 무상보육밖에 없다면서 의원들을 부추겼다.

여야는 이 같은 내용을 공약해 지난 4ㆍ11 각각 150석과 127석을 얻었다. 당선자 중에는 당시 이를 추진했던 재정부 차관도 들어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0~2세 영유아가 있는 집에서는 '눈먼 돈을 잃을 소냐'라며 무상보육을 신청했고, 필요한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지자체는 못하겠다고 드러누웠다. 예산은 배정됐지만 모두가 불만인 무상보육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여야는 이제 와서 무상보육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들이 추진한 정책이 실패로 드러났는데도 사과하는 정치인은 한 사람도 없는 채다. 잘못을 고치기 앞서 누구의 탓인지부터 따지는 것이 일의 순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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