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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통화 추락, 긍정과 부정 사이…


藥 "경제체력 약하지 않아"
외환보유액 증가에 무역 흑자… 위기 와도 충분히 이겨낼 것
오히려 수출증대 등 효과도

毒 "만성 심장질환 수준"
1997년 외환위기보다 심각
한 국가나 기업 자금난땐 시장 전체 얼어불을 것

신흥국 통화가치 하락은 독일까 약일까.

달러화 강세와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등으로 최근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신흥국들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충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신흥국들의 경제 체력이 튼튼해졌고 이미 만반의 대비책을 세우고 있어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은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수출증대 등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호주계 금융·컨설팅 업체 맥쿼리는 보고서를 내고 현재 아시아 신흥국들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맥쿼리는 과거 외환위기가 일시적인 '심장마비(heart attack)'였다면 최근 아시아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하락은 '만성 심장질환(chronic disease)' 수준이라며 지금은 달러 강세와 무역수지 악화로 상황이 더 나빠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한 국가나 기업이 심각한 자금난을 겪을 경우 신흥시장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맥쿼리는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이후 느슨한 통화정책과 중국의 세계 교역질서 편입이 신흥시장과 선진국 모두의 신속한 회복을 가능하게 했지만 앞으로 5~10년 신흥시장·선진국에 닥칠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면서 "과도한 차입과 과잉설비 등으로 충격이 이전보다 더 클 것"이라고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맥쿼리는 다만 한국은 국내총생산(GDP)·대외채무·경상수지 등을 볼 때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이와 정반대로 아시아 신흥국들이 다시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아예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국을 비롯해 신흥국들이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등 경제 체력을 키워 위기가 와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DBS그룹홀딩스 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 한국은 1998년 이후 줄곧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외환보유액도 18년 전과 비교해 인도네시아 5배, 태국은 6배 늘었다. 아울러 이들 국가의 대외부채도 1997년 GDP의 평균 60% 수준에서 현재 11%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제 통화가치 하락은 수출을 늘리는 데 도움을 줘 위기가 아니라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고 보도했다. 노무라증권의 아시아 경제 전문가인 도모 기노시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997년과 비교해 지금은 펀더멘털 자체가 다르다"며 "각국은 외환위기를 피하기 위해 아주 신중하고 엄격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통화가치 하락은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증가와 경쟁력 향상 등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DBS그룹의 데이비드 카본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아시아에서 자본유출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리며 "미국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고 중국도 약하지 않으며 지금의 아시아는 1997년과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신흥국 통화가 바닥을 찍었다는 전망도 나왔다. 소시에테제네랄의 베른드 베르그는 일부 신흥국 통화가치가 더 떨어질 수도 있지만 내년 초 투자 적기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연말까지 신흥국 통화가치가 전반적으로 10∼15% 더 떨어지면 그간의 평균치로 볼 때 투자할 만큼 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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