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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총리 후보자는 2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정치권과 언론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명예회복을 위해 회견시간 대부분을 할애하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문 후보자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기자회견장에서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러한 상황이 대통령께서 국정운영을 하시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지금까지의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문 후보자는 이후 자신이 사퇴할 수밖에 없게 한 이들에 대해 작심하고 비판을 시작했다. 우선 청와대를 겨냥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주권자인 국민 의사와 법치라는 두개의 기둥으로 떠받쳐 지탱되며 국민의 뜻만 강조하면 여론정치가 된다. 여론은 변하기 쉽고 편견과 고정관념에 지배 받기 쉽다"며 자신을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나서 임명동의안을 재가하지 않은 청와대를 에둘러 비판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이도 그분이시고 저를 거둬드릴 수 있는 분도 그분"이라며 "대통령님을 도와드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제가 사퇴하는 것이 박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며 서운한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국회도 겨냥했다. 그는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사퇴하라고 말했다"며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깨면 이 나라는 누가 법을 지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을 낙마로 이끈 언론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언론의 생명은 진실보도"라며 "발언 몇 구절을 따내서 그것만 보도할 경우 그것은 문자적인 사실보도일 뿐 전체 의미를 훼손시킨다면 진실보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저널리즘의 기본은 사실보도가 아닌 진실보도이며 우리 언론이 진실을 외면한다면 이 나라 민주주의는 희망이 없다"며 자신의 '친정'인 언론을 매섭게 쏘아붙였다.
조부가 독립유공자 '애국장' 포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지난 11일 교회 강연 동영상 공개 이후 실추된 명예회복에도 적극 나섰다. 그는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리며 그것은 소중한 기본권"이라며 "평범했던 개인 시절,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또 고(故) 김대중 대통령을 거론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님은 옥중서신이라는 책에서 신앙을 고백하며 고난의 의미를 밝혔다"며 "저는 그렇게 신앙고백을 하면 안 되고 김대중 대통령님은 괜찮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문 후보자는 사퇴회견 직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서둘러 정부서울청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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