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 눈] 누구를 위한 파업인가

SC제일은행 노조의 총파업이 7주째로 접어들었다. 은행권 최장기 파업 기록이다. 불명예 기록을 세우는 동안 사태 해결을 위해 노사 양측 중 누구 하나 먼저 나서는 곳은 없다. 아무래도 노사 모두 기록갱신에 눈이 먼 모양새다. 금융당국에서 이제 그만하라고 권고해도 고객이 불편을 호소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게릴라전이 진행되고 있다. 은행 간부는 주말마다 노조원의 집을 방문해 개별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노조 집행부는 집안 식구 단속에 한창이다.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강원도 현장에서 노조원에게 사측의 선동에 넘어가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거듭한다. 일단은 사측의 선동이 효과를 거두는 모습이다. 지난 주 파업에 동참했던 본점 부서 2개 팀이 파업을 중단하고 현업으로 복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측에는 '갑'으로서의 최대 무기인 인사권이 있다. 본점 요직에서 한직으로 보내겠다는데 우량자산가를 다른 영업직원에게 넘긴다는데 버틸 재간이 없다. 그러는 동안 은행 수뇌부와 노조 집행부는 상대방에 대한 비방에만 몰입하고 있다. 어렵게 대화의 자리를 만들면 한쪽은 참석을 거부한다. 파업 초기에는 사측이 그랬고 지금은 노조가 그렇다.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는데 만나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한다. 만남 자체를 거부하면 도대체 어떤 의미를 얻을 수 있을까. 게릴라 전략도 좋고 수뇌부들끼리 등을 돌리는 것도 좋다. 자기들끼리 마음먹고 치킨게임을 하겠다는데 말릴 재간이 없다. 그러나 그 사이에 고객의 자리나 배려는 온데간데없다. 사측은 고객을 위해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고 했지만 우는 아이 달래는 것에 불과하다. 근본 처방은 대화에 임해서 하루빨리 은행경영을 정상화시키는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SC제일은행 노사 모두를 놓고 동네 슈퍼마켓보다 못하다고 비아냥댔다. 하물며 아파트 단지 내 슈퍼마켓조차도 주민여론을 의식해 고객불편을 최소화하려고 애쓴다. 그런 면에서 SC제일은행 노사는 동네 슈퍼마켓보다 후진적이다. 'Trustmark'. SC제일은행 홈페이지에 게재된 은행의 캐치프라이즈다. 옆에는 '신뢰와 파트너십'이나 '한국 최고의 금융파트너'란 설명이 친절하게 써 있다. 누군가 그랬다. 신뢰는 유리거울과 같은 것이어서 한번 금이 가면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고. 노사 모두 이 격언이 어떤 울림으로 다가올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