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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오키나와’ 저자 환타
언제부턴가 일본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국내에서 통하는 공식은 ‘오키나와=휴양지’다. 하지만 ‘프렌즈 오키나와’의 저자 환타(43·본명 전명윤)는 이 공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단순한 지리정보와 맛집이나 소개하는 작가가 아니다. 그 지역의 현안, 그 지역 사람들을 한숨짓게 하는 문제들까지 다룬다. 그가 생각하는 여행이란 그 지역에 애정을 가지고, 그 곳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타에게 오키나와는 ’아픔의 땅‘이다. 일본 영토의 0.6%에 불과한 작은 땅이지만 일본 내 미군기지의 70%가 있는 곳.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영토로는 거의 유일하게 대대적인 지상전이 벌어진 땅. 그로 인해 주민의 1/3이 목숨을 잃은 곳. 1980년대 이후 오키나와 사람들은 미군 기지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묵살하고 있다. 이런 역사를 알면 오키나와는 단순한 휴양지일 수 없다.
그는 업계에서 드물게 전업 작가지만 커버하는 지역이 많지 않은 편이다. 요즘 여행작가 학교 등을 통해 우후죽순 생겨나는 작가들(이들은 1년에 서너권씩 책을 낸다)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지난 7월말 출간한 프렌즈 오키나와는 2003년 인도 100배 즐기기, 2005년 중국 2006년 상하이 2007년 홍콩 2008년 ‘베이징 프렌즈’ 이후 7년만에 낸 새책이다. 그가 처음 이름을 알린 건 ‘인도 100배 즐기기’를 내면서부터. 인도에서 깨달음을 얻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인도 가이드북은 오랜 기간 그의 밥벌이 수단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얘기다. 인도 성폭행 사건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면서부터다. 놀라운 것은 그 이후 그의 행동이다. 그는 오히려 인도 내에 벌어지고 있는 성폭행 사건을 알리는데 열심이었고 최근에는 인도 남성과 사기 결혼으로 고통받고 있는 한국인 여성 이야기를 알려 추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나섰다가 송사에 휘말렸다. 환상을 깨부수겠다는 ‘환타’라는 이름에 걸맞게.
겸사겸사 그의 근황을 들어보기 위해 책 낸 지 2주만에 2쇄를 찍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 그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환타를 처음 만나는 서울경제 썸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해달라.
여행책을 쓰는 사람이다. 지금까지 6권의 책을 냈고 뜬금없이 외도를 해서 ‘모든 재난으로부터 살아남는 법’이라는 책도 공동집필했다. 환타라는 이름을 지은건 1999년이다. 1996년에 처음 인도 여행을 가서 10개월을 눌러 앉아 있었는데 당시 사람들이 바라본 인도의 모습은 길거리 거지도 정신 수행자고 인도에만 가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그런 환상을 타파하겠다는 의미로 환타라는 이름을 지었다. 결과적으론 그 이름으로 여성들에게 어필(쿨럭..)했다.
▲가이드북 저자의 삶은 어떤가.
“여행작가 중에서도 가이드북 저자는 3D직업으로 통한다. 낭만이나 감성이 개입되기 보다 사실과 정보 위주로 내용을 구성해야 하고 이건 철저히 취재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매력이라면 야전군으로서의 매력. 맨 앞에 있는 사람으로서의 느낌이랄까. 보통 사전조사는 취재기간 보다 더 긴 경우가 많은데 오키나와 같은 경우도 석달 동안 논문부터 훑었다. 취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보통 책에서 다룰 내용의 2.5배 정도를 리스트업한 다음 구글에 모두 올려둔다. 그 맵을 들고 현장을 돌아다니며 무엇을 쓸 것인지 정한다. 매일 취재량이 많다 보니 그날 바로 사진을 정리하지 않으면 다시 가야 한다. 보통 우리나라 가이드북을 보면 나이트클럽 등 저녁에 놀 거리 정보가 적은 편인데 저자가 바쁘니 저녁식사 후엔 사진 정리하고 초죽음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으니.잘 팔리는 책일수록 개정도 자주 해줘야 한다. 보통 개정을 위한 취재는 보름정도 하고 쓰는데 한 달 정도 걸린다. 가이드북 작가중 세번째로 많은 인세라는 것도 참 의미가 없는게, 일단 총수입 기준인데, 가이드북 저자는 수입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대부분 가이드북 저자들은 겸업이다 보니 나처럼 책을 5권 정도 유지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대박 책 없이 소소하게 5권 총합으로 3위면, 이 다섯 지역 취재비가 얼마라는 얘긴가. 마지막으로 3위라는건 대략 추정이다. 판매량이라는 게 어느정도 인터넷 서점 순위 등으로 가늠이 가능하니 이런 숫자가 나오는 건데 지금 인도는 거의 안 팔리는 상황. 그냥 빚 안내고, 취재비+생활비 충당하는 정도. 특히 나는 취재비를 상당히 많이 쓰는 편에 속한다.”
▲오키나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뭐였나.
나는 취재지역을 늘릴 때 내가 할 수 있는 지역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쓰려는 이야기가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것인지 본다. 오키나와가 대표적인 케이스인데 요즘 광복 70주년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나. 그런데 보면 오키나와도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지역 중 하나다. 대부분의 가이드북은 오키나와를 바다가 아름답고 사는 사람도 행복한 휴양지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그 포장은 그 지역을 위한 게 아니라 저자의 사적 이익을 위한 거다. 오키나와에는 슬픈 역사가 있는데 그렇게 표현한다면 사람들은 오키나와와 관계를 맺을 수 있겠나.
오키나와 토카시키라는 섬에 있는 배봉기 할머니 위령비에 대해서도 다룬 가이드북이 전무하다. 이분은 국내에 위안부 이야기가 나오게 된 결정적인 인물이다. 그런데 정작 한국의 가이드북들은 일본인들의 집단 자결 사건은 소개하면서 배봉기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만으로도 내가 이곳을 다룰 명분이 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취재지역을 늘린다면 일본 큐슈 정도까지 추가로 커버할 생각이 있다. 내 관심사가 아시아 식민지사에 대한 정리고 이번 오키나와 취재를 하면서 조공무역의 관점에서 아시아 역사를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 식민지사 관점에서 오키나와와 연결되는 지역이 큐슈다. 내년 정도에는 큐슈 가이드북을 준비할 계획이다.
▲신문이 그렇듯 종이 가이드북 역시 디지털 콘텐츠들과 경쟁할 수밖에 없을텐데.
늘 책을 기획하기에 앞서 다른 책과 어떻게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확보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기술을 접목했다. 가장 처음한 게 ’중국 100배 즐기기‘부터 GPS를 활용해 지도를 제작했던 것이고 ’프렌즈 베이징‘ 이후부터는 지도도 직접 만들었다. ’프렌즈 홍콩‘을 내면서 QR코드를 넣어 전용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해 실시간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중국어에 서툰 여행자들을 위해 앱을 열면 택시기사에게 바로 목적지를 보여주거나 목적지에 전화를 걸 수 있게 해놨다. 이번 가이드북에서는 주로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나오는 레이더 그래프를 도입했다. 별 한개, 별 다섯개를 다는 방식으로는 다양한 취향의 독자들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커플여행자, 자연을 좋아하는 여행자, 유적지를 좋아하는 여행자 등 각 여행자의 특성에 맞게 코스를 짤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보통 이런 모험정신은 극도의 노동으로 귀결된다는 거다. 레이더 그래프를 만들고 뜯어고치고 하는 데만 2달이 걸렸다.
▲이번 오키나와 책에서 또 시도한 것이 있다면.
가이드북 저자로서 늘 고민했던 것이 목적지 근처에 있는 식당을 소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하지만 이제는 여행 스타일이 많이 바꼈다. 맛집이 목적인 여행자들도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예전에는 인도 타지마할 앞 식당을 소개하면서 ‘똥맛 카레냐 카레맛 똥이냐 둘 중 하나를 골라라’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면 이제는 전혀 다른 지역의 맛집을 소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취재는 더 어려워졌을 것 같다.
그래서 커버하는 지역은 현지 로컬 매거진을 정기 구독한다. 요새는 디지털로 확인이 가능하니 일본 타베로구 같은 사이트도 활용한다. 무작정 걷는 것도 방법이다. 가이드북 저자는 언제나 길을 잃어야 한다. 길을 잃고 무작정 걷다 보면 얻어 걸리는 것이 있다. 이번 오키나와에서도 길을 잃고 걷다가 김이 뽀얗게 서린 음식점 안에서 모두가 웃으며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럼 소개하는 거다. 소개하는 음식점 10개 중 3개는 이런 식으로 발의 감을 믿은 덕에 알게 된 곳들이다.
여행은 길에서 벌어지는 희로애락의 또 다른 연장선이다. 우리는 여러분이 여행할 그 아름다움 속에서 대자연과 함께 오키나와 사람들의 얼굴을 함께 보길 원하고, 그렇게 원고를 쓰기 위해 노력했다. 진정으로 이곳이 그저 유행처럼 스쳐 지나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가슴속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살아있는 대지이길 원한다.
▲오키나와 가이드북 저자로서 반드시 가봐야할 곳을 추천한다면?
한국인이 보는 오키나와는 본섬 뿐이다. 미야코나 야에야마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본섬의 바다도 아름답다고 하지만 미야코나 야에야마의 바다를 보면 본섬의 바다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된다.
대부분의 해변 휴양지는 치안이 좋지 않고 여행자들은 리조트 안에만 머물며 현지인들과 괴리돼 있는 경우가 많다. 리조트는 그냥 거대한 온실이고 돈을 들고 간 여행자는 그 안에 머물며 돈질(?)을 하는 거다. 어쩌면 그 풍경은 가짜일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오키나와는 치안이 좋아서 어디든 갈 수 있고 밤에도 바다와 별을 즐기러 나갈 수 있어서 좋다.
▲오키나와의 별은 어떤가.
한국 평균의 1/5 밖에 안 되는 광해를 가지고 있고 7~9월에는 은하수 피크 시즌이다. 맨 눈으로 볼 수 있다. 리조트는 밝아서 별을 보기 쉽지 않은데 오키나와는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거다. 치안이 좋으니 어디든 나갈 수 있고 낮에 봤던 아름다운 해변을 다시 찾아가서 누워서 별을 보는 거다.
북반구에서 관측 가능한 별자리가 80여개라고 하는데 오키나와에서는 이 중 6개만 빼고 모두 볼 수 있다고 한다.
오키나와의 문화와 풍습, 식습관은 그들의 기구함에서 비롯됐다. 정말 다행인 것은 1945년 이후의 평화가 오키나와의 슬픔을 특이함, 지역색, 강렬함 같은 단어로 바꿔놨다는 거다.
▲ 오키나와 문화는 어떤가
일본에 속하게 된게 1879년, 136년전이다. 그 전까지 류큐왕국이라는 독립국. 일본 본토보다 타이완에 더 가깝다. 위치 탓에 류큐는 한중일 삼국과 삼각 무역을 했고 상선이 인도네시아까지 나갔다고 한다. 독자적인 자신만의 문화를 구축하기는 어려웠고 교류가 많다 보니 주변국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음식이 일본보다 중국풍에 가까운 이유도 이거다.
▲오키나와의 맛 없는 음식에 대해 말들이 많다.
스시 먹으러 오키나와 가면 실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본 특유의 섬세한 음식이 아니다. 중국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미식은 내가 익숙한 맛의 디테일을 보는 세계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맛의 세계를 발견하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에 치중한다. 오키나와 음식이 맛이 없어도 현지 음식을 먹어보라고 권하는 것은 후자 때문이다. 입에 맞지 않더라도 그 나라를 이해하는데 필요하다면 한번 맛 보자는 거다.
오키나와 소바는 쫄깃쫄깃한 식감은커녕 면이 툭툭 끊어지는데 왜 그런지 아무도 말을 안 해준다. 날씨 탓에 반죽을 숙성시키지 못하는 거다. 숙성을 해야 글루텐이 생기는데 생반죽 상태에서 면을 뽑아서 데치는 거지. 살짝 익은 면에 그냥 물을 부어서 주니 입에 맞기 어렵다.
>>그의 생각이 좀 더 궁금하다면 환타의 블로그에서 이 글을 읽어보자
오키나와 초밥은 왜 맛이 없을까 http://blog.naver.com/trimutri100/220446198875
▲왜 인문서를 지향하는 가이드북이라고 했나.
지금 사람들은 한 나라를 가서 돈을 쓴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뭘 생각하는지 알아야 여행이 깊어진다. 지금 한국인에게 오키나와는 경치가 아름다운 휴양지일뿐이다. 한국 사람들은 한국만 힘들다고 생각하는데 오키나와의 슬픈 비극을 알게 되고 그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그 지역을 가게 되면 횡단보도를 건너는 한 노인의 주름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거다. 나와 그 지역의 관계가 생기는 거다. 그게 바로 여행의 2단계다. 단지 알은체를 하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에 가까이 간다는 거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AS 를 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나는 그게 직업윤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이 이렇게 된 건 모두에게 직업 윤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보를 파는 일이다. 여행 정보라는 건 칼 같은 거다. 어찌 보면 나를 찌를 수 있는 것. 그로 인해 피해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미리 알 수 없는 일이고. 개인이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장 빨리 할 수 있는건..정보를 주는 거지.
자경을 한게 아니라. 단지 알려서 피하게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인도 책을 낸 이후 난 사람들이 내 책을 안고 죽는 꿈을 꾼다. 최소한 정보서를 판다면 글쓰는 사람은 자기 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족<<
환타와 기자는 개인적 친분이 있다. 입사 2년차 똥과 된장도 구분키 어려웠던 시절 기자는 여행기자라는 ’꽃보직‘에 배정됐고 일주일간의 인도 여행 출장에서 환타를 처음 만났다. 당시 성지순례 특급열차 ‘마하파리니르반(Maha Parinirvanㆍ대열반) 열차’ 를 체험해보는 (불교문화에 문외한인 기자로서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여정이었으나 환타 덕에 여행의 참맛을 배워보는 재미 만점, 영양가 만점 출장이었다. 그런 그가 7년만에 개정판이 아닌 신간을 냈다고 하니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는 사람끼리 하는 인터뷰가 가장 민망하다고 믿고 있는 터라 그와의 인터뷰는 선뜻 마음 먹기 힘들었다는 점을 고백한다. 하지만 가이드북이라기 보다는 인문서를 지향한다는 그의 책 설명에 매료됐고 더욱이 3년 후면 우리가 10년지기가 된다는 그의 말에 더는 늦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키나와에 가는 여행자라면 그의 책을 권한다.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그의 책은 충분히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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