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이 재정위기 전염을 차단하기 위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1조유로 규모로 확충했지만 유로존 3위의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의 막대한 부채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재정에 대한 우려가 확산될 경우 그나마실탄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소방수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독일 유럽정책센터(CEP)의 뤼더 게르켄 소장은 28일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가 흔들리면 진통 끝에 합의된 그리스 지원안과 EFSF증액안 등은 무용지물이 된다"며 "유럽연합(EU)로서도 더 이상 이탈리아를 지원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 이탈리아의 총 채무금액은 원금만 1조6,000억 유로에 이르고 있으며 이자까지 포함하면 2조3,000억 유로에 육박하고 있다. 이는 그리스의 부채(3,750억 유로)에 비해 6배를 넘는 수준으로 1조 유로의 EFSF기금을 모두 쏟아부어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탈리아의 채무 상환에 문제가 생기면 EU 각국이 추가 출자한 자금으로 유럽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기란 불가능한 셈이다.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집행위원인 옌스 바이드만 분데스방크 총재는 "이탈리아가 주저앉을 경우 EFSF에 막대한 돈을 새로 투입해도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 은행들은 상당한 규모의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탈리아의 재정문제가 본격화되면 이들 은행권의 타격도 불가피하다. 은행권은 핵심 기본자본비율(Tier I)을 9%로 맞추기 위해 1,065억유로가 필요한 상황에서 추가 출자는 불가능하다. 특히'스캔들 메이커'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지지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는데다 긴축재정의 핵심인 연금개혁안을 놓고 야당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어 재정적자 감축이 제대로 이행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 로이터는 "자국 내에서 정치적 입지가 약해진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EU를 만족시킬 만한 긴축재정 정책을 실현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RBS는 보고서를 통해 "ECB만이 유일하게 역내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는 실탄이 남아 있어 결국 이탈리아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며 "그러나 중앙은행으로의 독립성과 신뢰에 대한 논란이 또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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