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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당한 낙하산
입력2006-09-20 17:07:07
수정
2006.09.20 17:07:07
“왜 또 썼어?”
쓰는 일이 직업인 기자로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적잖이 곤혹스럽다. 요즘 들어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를 비판할 때면 이 같은 난감한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정권 후반기로 넘어가면서 낙하산 인사, 코드 인사, 보은 인사 등이 횡행하고 있다.
여론의 따가운 비판 속에서도 청와대 고위 참모들은 야당도 집권의지가 있다면 낙하산 인사를 인정하라는 등의 엉뚱한 논리와 대꾸로 일관하고 있다.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려는 인사들은 청와대를 빙 둘러싸고 ‘소신 있고 훌륭한 참모’라며 그들을 치켜세운다. 그리고 낙하산 인사가 이어진다. 청와대의 일방통행, 내 식구 챙기기 코드 낙하산 인사를 보노라면 기자 역시 ‘왜 썼나’ 하는 회의감이 생기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측근들은 이런 와중에 나라가 뿌리 채 흔들리고 있는 사실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낙하산 인사를 CEO로 맞아야 하는 한 공기업의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저지할 생각은 없다. 전문성이 없을수록, 정치색이 짙을수록 우리도 챙길 것 많다”며 자조적인 말을 했다. 공공의 모럴 해저드를 눈앞에 두고도 뒤이어 나온 말에 말문이 막혔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지.”
국민들의 허탈감과 배신감은 더욱 크다. 경험이 많든 적든, 전문성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정권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고액 연봉과 권력을 나눠주는 행태에 “니들끼리 다 해먹어라”는 국민적 냉소가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택시에서 판치고 있다.
‘만사’(萬事)라는 인사를 사사롭게 독불장군식으로 밀어붙이면 정부가 어떤 개혁을 하고 좋은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없을 것이다. 바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회복할 생각은 없더라도 공기업 등에서 최소한의 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실 인사는 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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