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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철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겨울에는 흰 눈과 상고대로 은여우 모피를 뒤집어쓴 하얀 세상이었지만 7월의 정점을 찍은 함백산은 초록의 바다에 야생화로 치장한 여름 복장이었다. 함백산 중에서도 만항재는 금대봉~대덕산을 잇는 야생화의 군락지다. 지난 겨울 이곳을 찾았을 때 무릎까지 빠지던 눈과 칼바람 대신 만항재의 여름 하늘에는 태양이 작렬하고 있었다.
◇함백산 만항재=하지만 불어오는 산바람은 겨울의 기운을 한 자락 휘감은 듯 서늘하기까지 했다. 태백과 경계를 남쪽으로 맞닿은 경상북도에 내려졌다는 폭염주의보는 그저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오전이라고는 하지만 해가 높은 11시. 산을 오르기 시작할 무렵에는 긴소매 바람막이가 필요할 정도다.
함백산은 표고 1,572.9m로 국내에서 한라산(1,950m), 지리산 천왕봉(1,915m), 지리산 반야봉(1,732m), 설악산(1,708m), 덕유산(1,614m), 계방산(1,577m)에 이어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이자 일곱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비탈진 414번 도로를 따라 함백산을 숨 가쁘게 오르던 차가 멈춰 선 곳은 만항재. 만항재에서 시작해 함백산 정상을 찍고 두문동재로 내려가는 코스의 시발점이다. 만항재는 강원도 태백시와 정선군 고한읍, 영월군 상동읍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고 있다.
만항재는 해발고도 1,330m에 자리를 잡은 고개로 국내에 있는 포장도로 중에서 제일 높은 곳에 위치한다. 지리산 정령치(1,172m)나 평창과 홍천의 경계선인 운두령(1,089m)보다도 높다. 이곳에서 시작해 함백산을 오르면 산길 왼쪽 평지는 정선ㆍ고한 땅이고 오른쪽 절벽은 태백에 속한다.
김상구 해설사는 "함백산은 설악산·오대산을 거쳐 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주능선에 자리하고 있다"며 "남쪽으로 태백산, 북쪽으로 금대봉과 매봉산, 서쪽으로 백운산·두위봉·장산 등 대부분 1,400m 이상의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산세가 거대하고 웅장한 백두대간의 위용을 만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함백산의 야생화=이곳은 한여름 태백의 야생화를 대표하는 명소로 유명하다.
김 해설사는 이와 관련해 "금대봉의 야생화도 아름답기는 하지만 금대봉~대덕산 구간을 타려면 사전에 신청을 해야 하고 최소 4시간은 걸어야 한다"며 "이에 비해 함백산과 만항재는 승용차를 길가에 잠깐 세워두고 잠시 내려서 꽃구경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만항재에 차를 세우고 내려서자 포장도로에 접한 수풀 사이로 갖가지 산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되레 사람을 구경한다. 두문동재에도 야생화는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두문동재로 들어가려면 1주일 전에 태백시청 환경보호과로 예약을 하면 된다. 하지만 하루 입장객이 300명에 미달할 경우 예약 없이도 들어갈 수 있다. 태백시에서 상품을 구입한 7,000원 이상의 영수증이 있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두문동재로 들어가자 키 작은 노루오줌 사이로 제철인 범꼬리가 고개를 내밀고 객을 맞았다. 범꼬리는 뻔뻔하다. 이름과는 달리 생김새가 강아지풀에 가깝기 때문이다.
보라색 노루오줌꽃은 친척이 있다. 흰색 꽃의 숙은노루오줌이 그놈이다. 이 둘은 외양이 쏙 빼닮아 색깔로 구분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눈처럼 하얀 꽃잎들은 함백산의 더위를 저마다 덜어내고 있는 듯했다.
백합 모양에 색깔은 주황색인 하늘나리는 녹색 숲 속에서 보색효과를 단단히 보고 있다. 숲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이놈이기 때문이다. 꽃잎에 검은 얼룩은 표범의 무늬처럼 화려함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그런가 하면 기린초는 벌레들에게 인기다. 꿀이 많은지 나비와 벌·풍뎅이까지 노란 꽃 위에서 잔치를 벌이고 있다.
■동물도 지천
곳곳에 멧돼지·너구리 왔드래요~
함백산을 오르다 보면 길가에서 멀지 않은 숲 속 곳곳에 파헤쳐진 구덩이들이 수시로 눈에 띈다. 도농(都農)을 안 가리고 설쳐대는 멧돼지들의 작품이다. 이따금씩 출장을 다니는 여행기자들에게도 수시로 목격될 정도니 이들의 창궐은 말이 필요 없다. 멧돼지뿐이 아니다. 김상구 해설사는 "너구리는 대낮에도 인공데크까지 접근해 등산객들에게 먹이를 구걸한다"고 말했다. 김 해설사는 휴대폰을 열어 포장도로 위를 어슬렁거리는 담비의 사진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 해설사는 "산에서 멧돼지를 만날 경우를 대비하려면 우산을 가지고 다니는 게 좋다"며 "멧돼지를 향해 우산을 펴면 시력이 안 좋은 이놈들은 우산을 자기보다 덩치가 큰 짐승이나 바위로 착각을 하고 도망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산이 없을 경우에는 등을 보이거나 뛰지 말고 눈을 응시한 채 서 있어야 한다. 예전에는 후각이 발달한 멧돼지들이 사람 냄새를 맡으면 먼저 도망을 갔는데 이제는 사람 냄새에 익숙해지면서 도망가지 않고 맞서는 경우도 많아 산행시 주의가 요구된다.
■먹을거리는
강산막국수 한사발 먹었드래요~
강산막국수는 이 지역에서 30년 이상 영업을 해온 태백의 전통 맛집이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메밀로 국수를 뽑아내 말아 내온다. 막국수와 수육·녹두부침을 주문해 먹었는데 맛은 평균 이상이라고 할 만하다. 항상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
사시사철 나오는 사계절 메뉴는 막국수 6,000원, 비빔막국수 6,000원, 막국수 곱빼기가 7,000원이며 수육은 2만5,000원, 가자미회무침은 2만원을 받고 있다. 막걸리 안주로는 녹두부침 6,000원, 감자부침 6,000원 등이 준비돼 있다.
겨울에는 여기에 옹심이칼국수와 만둣국이 추가된다(각 6,000원). 영업시간은 오전11시30분부터 오후9시까지다. 강원 태백시 상장동 409-5, (033)552-6680
/태백=글ㆍ사진 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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