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변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인사설(說)이 나오고도 시간이 오래 지난 뒤 전격적으로 발표해 주변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깜짝카드'를 내놓았던 것이 이 대통령의 기존 인사스타일이었다면 최근 들어서는 인사요인이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해임하고 속전속결로 후임자를 결정하는 변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21일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에 신설된 국가위기관리실장(수석비서관급)과 정보분석비서관에 대한 인사를 다음주 국무회의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이 '속전속결'로 달라진 것은 그동안 '장고(長考)형' 인사가 별반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데다 집권 후반기에 들수록 정부 개편을 통한 국정쇄신보다는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적합한 인물을 적기에 등용하는 것이 더욱 실효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는 현재 공석인 감사원장과 교체 예정된 지식경제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포함된 개각 방향과 관련, ▦인사 필요성이 생길 때 인사를 한다는 것과 ▦국면전환을 위한 인사는 하지 않는다는 두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향후 개각은 이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인사들을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장고형'에서 '속전속결'로=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 변화는 지난 9월4일 '딸 특혜채용 논란'에 휩싸인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전격교체에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유 전 장관의 교체는 관련 보도가 나온뒤 불과 이틀 만에 단행된 것으로 매우 전격적이었다. 이어 지난달 25일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의 교체결정은 더욱 신속했다. 김 전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의 '확전 방지' 지시가 있었다가 오후에 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연출했고 이튿날 곧바로 교체가 결정됐다. 황의돈 전 육군참모총장도 부동산 투기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경질됐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속전속결' 인사는 과거 인사스타일과 달라진 모습이다. 2009년 9ㆍ3개각의 경우 이 대통령은 개각설이 나온 뒤 3~4개월가량 시간을 보내고 지난 정권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됐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국무총리에 기용했다. 당시 '정운찬 카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결과였다. 또한 올해 8ㆍ8개각 때도 장고 끝에 40대 기수론을 내세우며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국무총리에 기용했다. 김 전 지사는 오래 전부터 총리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됐으나 이 대통령이 개각 직전 "공직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늙은 젊은이"라고 말해 하마평에서 멀어지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깜짝 카드'가 됐다. 그러나 최근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유 전 장관과 김 전 장관의 후임자인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김관진 국방장관을 시간을 오래 끌지 않고 곧바로 선임했고 인물 선택도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또한 황의돈 전 총장 후임의 경우 이 대통령의 모교인 동지상고 출신의 김상기 제3야전군사령관을 기용했다. ◇중폭 이상 개각도 배제 못해=청와대가 밝힌 향후 개각의 원칙은 ▦인사 필요성에 따르되 ▦국면전용 인사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개각을 내년 1월부터 2월까지 꼭 필요한 자리를 교체하되 일괄 개각 대신 1~2명씩 교체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달 말보다는 내년 초에 일부 장관을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문화부와 지경부 장관은 원래 교체 방침이 정해져 있는 자리고 그 외에 추가로 순차적인 인선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의 조기개각 요구가 변수이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황식) 감사원장이 국무총리로 임명되면서 석 달 간 감사원장이 공석 상태"라며 "감사원장의 업무 공백에 대해 우려하는 여론이 있는 만큼 대통령은 올해 안으로 감사원장을 임명해주기 바란다"고 요청했다. 따라서 인사 필요성만 충족된다면 조기에 중폭 이상의 정부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교체가 예상되는 부처는 문화부와 지경부 장관, 감사원장 및 국민권익위원장, 대통령직속으로 신설된 국가과학기술위원장 등이다. 여기에다 '장수 장관'들까지 교체할 경우 개각의 범위는 '중폭'으로 확대된다. 감사원장 후임은 법조인 출신을 중심으로 정동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경한 전 법무부 장관, 이달곤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문화부 장관에는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주호영 특임장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지경부 장관에는 김영학 전 지경부 제2차관과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권익위원장에는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이방호 전 사무총장 등이 거명되고 있다. 과학기술위원장에는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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