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이 전 세계 금융시장의 패닉을 몰고온 가운데 작고한지 11년이 지난 한 경제학자의 이론이 이번 금융위기의 발단을 설명해주는 근거로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19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96년 타계한 미국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사진)의 이론이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을 뒷받침하면서 뉴욕과 홍콩 등지의 금융전문가들 사이에서 새롭게 각광 받고 있다고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모기지 부실 여파로 세계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한 사람의 주가는 올려주고 있다”며 민스키의 이론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민스키 이론은 한마디로 금융시장의 과도한 열기를 경고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경기가 좋을 때 투자자들은 리스크를 마다않고 투자를 늘리게 되는데, 이것이 또 다른 리스크를 낳아 금융시장의 전반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결국 투자자들은 자산을 담보로 한 현금조달이 불가능한 시점에 이르게 되고, 그 사이 불어난 차입금은 점점 갚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투자은행에 상환을 요구하게 돼 이것이 시장의 심각한 자금난 및 자산가치를 끌어내는 요인이 된다고 민스키는 내다봤다. 이를 전문가들은 ‘민스키 모멘트’라고 부른다. 신문은 이에 “더 많은 금융인 및 투자자들이 민스키 이론의 추종자인 찰스 킨들버거 MIT 공대 교수가 쓴 ‘마니아, 패닉 그리고 충돌: 금융위기의 역사’를 접하며 이번 금융시장 위기를 부추긴 근본적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콩 CLSA 그룹의 크리스토퍼 우드 애널리스트는 “근래 중앙은행의 긴급자금 투입은 이러한 ‘민스키 모멘트’를 막거나 최소한 지연시키기 위한 것”이었으며 “이는 시장의 실패를 방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요즘 월가에서는 민스키 이론이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로 다시 유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월가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장 호황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지속적인 투기를 낳는다는 그의 이론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치솟는 현금 수요가 각국 중앙은행들의 직접 개입까지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패시픽 인베스트먼트의 폴 맥컬리 펀드 매니저는 “우리는 지금 민스키식 시장 붕괴 속에 있다”고 분석했다. 민스키는 시카고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마쳤으며 사망 직전까지 미국 바드 대학에서 경제학 교수직을 지냈다. 다소 ‘급진적인’ 케언스 학파로 알려진 그는 시카고 학파가 주장한 시장효율성에 기대기 보다 경기 공황을 집중 연구하는 데 학자로서의 삶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의 친구인 로렌스 메이어 연방준비은행(FRB) 전이사는 “민스키가 살아있었다면 나에게 온갖 연락을 하며 환란 위기에 대한 방안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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