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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으로 맞추고 출발했던 4륜구동 차량의 주행계기판이 400㎞를 넘어섰다. 중국 남서부 구이저우성에서 충칭시로 흐르는 우장(烏江)을 따라 나 있는 굽은 길을 운전한 지 5시간. 강 건너 산 중턱에서 타오르는 불을 발견하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았다. 뒤따라오던 중국인이 차 창문을 열고 톤이 강한 쓰촨 사투리로 소리를 지르지만 들리지도 않는다. 충칭에서 230㎞ 정도 떨어진 푸링취 바이타오진. 이곳이 중국 에너지의 미래가 달린 셰일가스 현장이다.
지난 20일 찾은 푸링취 바이타오진에서 셰일가스정들과 중국의 첫 셰일가스 대형 액화공장 건설현장을 볼 수 있었다. 이미 가스를 뽑아 올리고 있는 셰일가스정에서는 가스가 타면서 간헐적으로 불이 올라오고 있었다. 이 주변에는 파이프라인 부설과 액화공정을 위한 플랜트 건설작업이 한창이다. 또 다른 산허리에는 곳곳에서 새로운 셰일가스정을 뚫고 있었다. 수압파쇄법으로 암석을 깨뜨리는 데 투입되는 물과 모래·화학물질이 파이프를 타고 쉼 없이 산 위로 올라갔다.
중국은 셰일가스 현장을 쉽게 공개하지 않는다. 2011년 8월 중국의 셰일가스 시험생산을 처음 시작한 쓰촨성 네이장시 웨이위안현 신창진이 언론에 소개되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셰일가스 사고현장인 자오쉬젠을 방문했을 정도다.
어렵게 찾은 바이타오진의 셰일가스정과 액화플랜트는 중국석유화공(시노펙)과 충칭교통운수그룹·충칭가스그룹 등이 공동 출자한 충칭중국석화가 운영하고 있다. 총투자비는 15억위안(2,490억원)으로 18만6,700㎡의 부지에 들어선다. 회사 측은 전체 액화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68만톤의 액화가스를 생산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 정도 규모면 500만세대의 충칭시 가구와 주변 공단에 연료를 충당할 수 있고 택시에도 사용하기에 충분하다고 충칭중국석화 관계자는 설명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50억위안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매장량 추정치로만 보면 세계 1위의 셰일가스 보유국이다. 2011년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현재 기술로 채굴 가능한 세계의 셰일가스가 189조㎥이며 이 가운데 31조 6,000억㎥가 중국에 매장돼 있다고 분석했다. 24조4,000억㎥를 보유한 미국의 1.5배다.
중국은 2004년 셰일가스 탐사를 처음 시작했지만 경제성을 확신하지 못하다 한발 앞선 미국의 성과를 확인한 후 2009년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다. 현재 탐사가 주로 이뤄지는 지역은 쓰촨분지, 네이멍구의 오르도스분지·쑹랴오분지 등이다. 특히 영국 BP는 시노펙과 공동으로 쓰촨분지 셰일가스를 개발하고 있다.
2012년 11월 시험 상업생산에 들어간 충칭 푸링취의 셰일가스 개발구역으로 바이타오진이 속한 1H지역에서는 현재 27개의 가스정이 이미 상업생산 단계에 들어섰으며 올해 안에 가스정 100개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시노펙은 내년 쓰촨분지에서 50억㎥의 셰일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궈슈셩 시노펙 탐사담당 총경리는 "푸링 지역이 중국 셰일가스 개발의 중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한 가스정당 1,000만㎥ 정도를 뽑아낸다면 정부의 오는 2017년 전체 100억㎥ 생산이라는 목표를 2~3년가량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은 중국 천연가스 예상 수요량(3080억㎥)의 26%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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