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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세계경제 어디로] <4>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교수

금융위기 후 나라마다 빚 급증… 지속적 경제 성장 발목 잡을 것




"한국도 조만간에…" 무서운 경고
[위기의 세계경제 어디로] 앤 크루거 존스홉킨스대 국제경제학 교수금융위기 후 나라마다 빚 급증… 지속적 경제 성장 발목 잡을 것

워싱턴=이학인특파원 leejk@sed.co.kr































고령화 등 사회부담 감당 힘들어져… 한국도 조만간 비슷한 상황 직면 예상은행·기업 이미 충분한 유동성 확보… FRB 더 이상의 양적완화는 없을 것그리스 등 일부 국가 이탈하더라도 유로존 자체 붕괴 가능성은 희박

"국가채무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을 것입니다. 급속한 고령인구 증가에 따른 과도한 사회복지 부담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성 최초로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를 지낸 경제학자 앤 크루거(78ㆍ사진)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뜻밖에도 국가채무 문제를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불어나는 국가채무로 각국의 위기대응력은 떨어지고 늘어나는 사회보장 지출 확대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의료비와 사회복지 지출이 앞으로 매년 5~8% 늘어날 것"이라며 한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저성장 추세가 이어지는 것과 관련, 자산버블 붕괴로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소비를 줄여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저성장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지난달 20일 워싱턴DC에 위치한 그의 자택 인근에서 크루거 교수를 인터뷰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회복 속도가 과거에 비해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올 2ㆍ4분기 성장률도 1.5%에 그쳤습니다.

▦지금 우리는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ㆍ자산가격 추락에 따라 경제주체들이 부채축소에 나서면서 발생하는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가계의 순자산 규모가 지난 1990년대 경기침체기와 같은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는 분석이 얼마 전에 나왔지요.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던 2006년 미국 가계의 저축률은 -4%였습니다. 이 비율이 이제 4% 수준입니다. 빚을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인 결과입니다. 역사적으로 평균 가계 저축률은 7~10%에 달합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아직도 소비를 더 줄여야 하는 셈이지요.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QE3)를 실시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습니다.

▦1차 양적완화는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쳤고 2차 양적완화는 긍정적인 영향도 부정적인 영향도 없었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FRB가 더 이상의 양적완화는 단행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실시해봐야 더 이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은행ㆍ기업들이 이미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재정절벽(fiscal cliffㆍ정부 재정지출이 갑자기 줄거나 중단돼 발생하는 경제충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혼란을 경험한 까닭에 정치권의 대립과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재정절벽이 경제에 재앙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오는 11월(대선)까지는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결국 합의에 이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재정절벽과도 연관된 국가채무가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은 팽창적인 재정정책을 썼습니다. 미국의 경우 연방채무는 2000년 5조6,000억달러에서 지난해 14조8,000억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 일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규모가 90%면 위험수준이라고 보는데 미국은 100%가 넘습니다. 위기가 닥치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을 상실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국가채무 문제는 한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과다한 국가채무는 위기대응력을 떨어뜨린다는 점 말고도 고령화와 연관이 깊습니다.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도 출산율은 떨어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급속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부양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부양해야 할 인구는 늘어나는 것인데 이는 정부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의 경우 사정이 나은 편인데도 앞으로 수십년 동안 고령인구에 투입되는 의료비ㆍ사회보장비 지출이 연간 5~8%씩 늘어날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도 조만간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것입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위기가 미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유로존이 더 큰 위기를 맞더라도 미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충격 수준이 아닐 것입니다. 미국의 유럽 수출비중은 20% 정도니까요. 금융기관들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도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것이 일어나는가에 따라 여파는 크게 다를 것입니다. 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의 돌발적인 이탈로 위기가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경제주체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 등 일부 국가들이 이탈하더라도 유로존 자체가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유럽 각국의 대응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정치적 결정들이 너무 늦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너무 느려 더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나 할까요. 그리스만 하더라도 유럽연합(EU)ㆍ유럽중앙은행(ECB)ㆍ국제통화기금(IMF) 등 이른바 '트로이카'에서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리스가 국채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진행된 첫번째 지원은 규모가 불충분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은행들이 75% 손실에 합의했지만 여전히 앞날이 불투명하지 않습니까. 초기단계에서 잘 막았다면 비용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젠 포르투갈ㆍ스페인도 손을 벌리는 상황이 됐고 이탈리아ㆍ프랑스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경제 성장둔화가 세계경제의 새로운 리스크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대중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 있는데요.

▦중국의 성장률이 7%로 떨어지더라도 대외수출이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한국이 중국에 수출의 25%를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압니다. 중국을 통한 간접수출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 내수시장에서 한국이 입지를 어떻게 넓힐 수 있느냐입니다.

-여성 최초로 IMF 이사를 지내셨습니다. 이머징 국가들이 IMF의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졌습니까.

▦어떤 기관이든 상황변화에 맞춰 변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머징 국가들의 경제력이 커지고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진 만큼 더욱 강한 발언권과 투표권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 하는 방법론이지요. 그러나 이전에 이머징 국가 출신인 유능한 이코노미스트들이 서구의 유력매체들을 통해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전에도 가끔 있었지만 많지는 않았습니다. 정보를 제공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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