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한국의 과민한 반응으로 일본이 더 우경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진핑 주석이나 박근혜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아예 대화를 안 하겠다고 한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
에즈라 보걸(84·사진) 미국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2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자신이 쓴 '덩샤오핑 평전((Deng XiaoPing and The Transformation of China)'의 한국어판 출간 홍보차 이날 한국을 방문했다.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의 생애를 통해 중국을 규명한 이 책은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최고의 중국 현대사 저서로 평가됐다. '덩샤오핑 평전'은 지난해 1월 중국어로 번역되면서 중국 내에서도 즉각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덩의 집권과정과, 특히 1989년 톈안먼사태에 대해 가장 자세하게 서술한 책으로 꼽혔다. 시 주석이 직접 읽어보고 출판을 허락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물론 내용의 일부는 검열을 통해 삭제되기도 했다. 일본·한국에 대해서도 여러 권을 저서를 갖고 있는 보걸 명예교수는 최근 일본의 도발로 시작된 동북아시아 역사분쟁에 대해 말을 많이 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한 것과 관련, "잘 한 일은 아니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하지 말도록 (일본내 언론 칼럼 등을 통해) 조언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나 한국 지도자가 대화의 창을 닫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한·중·일 양국의 지도자들이 직접 만나 오해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 나아가 "일본이 항상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는 (한국의) 국익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며 "이에 반발한 일본내 의견이 악화되고 더 우익편중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서도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에 미국이 실망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과 한국 지도자가 문을 닫아 건 데 대해 더 실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중·일, 특히 중·일 관계를 우려하며 올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충돌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단기적으로 화해 무드가 진행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보걸 교수는 최근 진행되고 있는 시진핑 정부의 부패척결 노력에 대해서는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보걸 교수는 "부패척결 운동이 SNS 등 뉴미디어의 도움으로 탄력을 받고 있다"며 "일단 시작은 좋은데 군부나 보안 분야 등 여전히 특권층이 많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악명 높은 중국 정·관계의 부패는 공산당에 권력이 집중된 상태에서 개혁개방으로 경제가 성장했고 이 와중에 필연적으로 발생한 특권의 남용에 따라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관련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 보걸 교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민의 자유는 탄압했지만 똑똑한 지도자로서 경제를 크게 발전시킨 것은 인정해야 한다"며 "민주화 분야에서도 한국전쟁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고 주장했다.
·
■에즈라 보걸 교수는
美 대표 동아시아 전문가… "유교, 亞발전 원동력" 주장
에즈라 보걸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미국내 대표적인 동아시아 전문가로 통한다. 하버드대에서 동아시아리서치센터 소장, 아시아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2000년 정년 퇴임했다. 동아시아와 관련해 그는 1991년 출간한 '네 마리의 작은 용(The Four Little Dragons)'에서 유교 윤리가 접목된 자본주의 정신이 아시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이론을 주장하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앞서 1979년 '일등국가 일본(Japan as No.1)'에서 일본의 경제기적을 다뤘고 이후 2011년 '박정희 시대:한국의 전환(The Park Chung Hee Era: The Transformation of South Korea)'과 '덩샤오핑 평전'을 잇따라 내놨다. '덩샤오핑 평전'은 2011년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으로 언론의 극찬을 받았고, 각계의 추천이 이어지며 세계 최고 논픽션 상 중 하나인 라이어넬 겔버 상(2012)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