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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대 추구 행위 혁파해야 경제개혁 성공한다

우리 경제 새 모델 찾아야 할 시점

올해는 경제 구조개혁 골든 타임

창의와 혁신이 강물처럼 흘러야

2015년, 양(羊)의 해가 밝았다. 새해는 오방색 중 하나인 청(靑)이 붙어 청양띠로 불리기도 한다. 청은 예부터 복을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며 신속·진취적인 성향을 상징해왔다.

누군들 새해를 맞는 마음이 별다르지 않겠는가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청양의 올 한 해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정부 출범 3년차로 임기가 변곡점을 맞는다는 차원을 넘어 경제개혁 엔진을 가동하는 데 다시 없을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장기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는 데는 무엇보다 체질개선과 구조개혁이 관건이라며 올해 안에 금융·노동·교육·복지 등 사회 전반에 혁신적 변화를 불어넣어야 한다고 다잡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속·진취의 기상으로 경제개혁을 이끌어가야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진단은 물론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올 한 해 동안 별다른 정치적 이벤트가 없다는 점에서 좀처럼 맞기 어려운 호기라는 지적에 입을 모은다. 국민 일반도 정부의 개혁 청사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든 사회든 이 같은 구조개혁과 혁신에 앞서 당장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될 과제가 있다. 사회 곳곳에 똬리를 튼 채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왜곡하는 지대(地代)추구 행위(rent-seeking activity) 혁파가 핵심이다.

'지대'의 용어적 의미는 특별한 게 아니다. 특정 경제주체가 사회로부터 독과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나면 그 후에는 별다른 노력이나 효율경쟁 없이도 고착된 잉여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경제주체마다 이 같은 잉여소득을 얻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벌이는 로비를 지대추구 행위라고 한다.

지대 및 기득권 집착의 측면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어느 곳을 둘러봐도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대기업의 인위적 독점구조,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종의 집단이기주의, 공기업이나 귀족노조의 모럴해저드, 공무원 등 특수 직역(職域) 연금제도 등이 얽히고설켜 국가가 나아갈 길을 옭아매는 형국이다.

경제정책과 실제 경제현장을 연결 짓는 가장 강력한 끈은 언제나 정치다. 20세기 초기까지 경제학을 '정치경제학'으로 명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서 거론한 부류 외에 국회 또한 대표적 지대추구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온갖 형태의 이익집단이 정치적 지지와 협박을 무기로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과 손을 맞잡고 자원배분이라는 탁자 위에 저마다 숟가락을 올려놓기 바쁘다. 정치권 역시 입법을 명목으로 경제적 혜택을 나눠 주고 나눠 받는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어 툭하면 국가자원 배분과정을 왜곡하거나 개혁훼방 세력으로 탈바꿈한다.



미래 성장전략으로 제시된 서비스 산업 육성정책이 정권이 세 번이나 교체됐음에도 여전히 '슬로건'으로 남아 있을 뿐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노동개혁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인 것만도 일일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또한 정치권의 고의적 늑장으로 애초의 정부 방침인 2014년 말 통과가 물 건너가버렸다.

요즘 해외 언론에서는 한국의 현 사회 흐름이 지난 외환위기 직전과 흡사하다면서 신흥국발 경제위기를 잘 버텨냈다는 자만감에 빠져 새로운 경제과제를 외면한 채 여전히 '샴페인 터뜨리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6%에 육박하는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 등에 취해 다가올 위기 대응에 방심하고 있다는 경제전문가들도 있다. 한국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잠식당하고 있는 현 산업생태계를 대체할 새 모델을 찾아야 하는 마당에 다른 신흥국보다 여유가 있다면서 구조개혁을 게을리한다는 것이다.

더 이상의 주저와 방관은 허용될 수 없다. 올해는 정부나 사회 모두에 '결단의 해'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 진보의 걸림돌인 지대추구 행위가 발붙일 수 없도록 혁파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정부가 아무리 경제개혁을 외쳐도 지대추구자들이 변하지 않는 한 백년하청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의 개혁군주였던 정조(正祖)가 돌연사한 후 권력을 장악한 노론세력은 정조가 닦아놓은 모든 개혁정책을 폐기하고 돌아가서는 안 될 과거로 사회체제를 되돌려놓았다. 이들 노론세력에는 불행히도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야말로 사적·집단적·당파적 이익만 좇는 독점적 지대추구 세력이었다. 그 최후가 조선의 몰락과 패망이었음을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전후(戰後) 한국 경제가 여기까지 온 것은 그래도 우리 가슴속에 자리 잡고 있던 특유의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기득권의 침전과 화석화 대신 개성과 창의·혁신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번잡한 규제를 걷어내고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지대추구 행위자들의 탐욕을 제거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 경제는 현재에 머무를 여유가 없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정부와 국민이 힘을 합쳐 경제 전반의 퇴행구조를 하나하나 걷어내야 한다. 그런 지난한 노력이 성공을 거뒀을 때 비로소 새해에 정당한 의미의 축복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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