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아파트 1층이 천덕꾸러기라구요?"



"아파트 1층이 천덕꾸러기라구요?" 이유미 기자 yium@sed.co.kr 『 ‘서울아파트’ 1층에 거주하는 나경제(가명ㆍ42)씨는 ‘사는 게 피곤’하다. 회사에서 인사고과 시기만 다가오면 임원들 눈치 보느라 ‘노심초사’, 행여 똘똘한 후배들한테 치이지 않을까 ‘전전긍긍’. 하루하루 고달픈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도 나씨에게는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다. 문제는 월급통장을 차곡차곡 모아 5년 전 처음으로 분양 받은 아파트가 1층이라는 사실. 나씨는 로얄층에 비해 분양가가 3,000만원 정도 저렴해 ‘이게 웬 떡이냐’는 심정에 분양을 받았지만 ‘내 집 마련의 감동’은 입주와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당초 “층수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했던 나씨는 1층에 산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일요일 오후, 거실 소파에 누워 낮잠 한번 자려고 해도 ‘우당탕탕’ 계단을 뛰어다니며 오르내리는 동네 개구쟁이들 소리에, 쉼 없이 ‘띵동’ 거리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집안에서도 ‘복장 에티켓’에 신경 쓰는 것은 기본. 찌는듯한 한여름에도 반바지와 티셔츠는 필수 복장이다. 창문이라도 활짝 열어 놓은 상태에서 ‘부주의 하게’ 팬티바람으로 집안을 돌아다니기라도 한다면, 그 다음 반상회에서 어김없이 나씨의 반라노출이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1층 거주자에게 인내심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술 약속이 없는 저녁에 애들 엄마와 간만에 갖은 분위기를 다 잡아보려 해도,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 한방에 “발 닦고 잠이나 자기” 일쑤. ‘나씨의 고민’ 처럼 그 동안 1층 아파트는 프라이버시 침해ㆍ소음ㆍ방범ㆍ낮은 프리미엄 등의 이유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오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주거여건이나 재테크 측면에서 ‘낙제점’을 받아오던 1층이 최근 들어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지금부터 틈새시장으로서 1층의 가치를 발견하고 재테크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1층 예찬족’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 ● 보육시설·공부방…틈새 재테크 안성맞춤 단지내 수요 급증·5년이상 운영땐 세제혜택도 가격 5,000만~1억 저렴…임대용으로도 좋아 #사례. 경기도 파주에 거주하는 가정주부 강영희(가명)씨는 내년이면 중학교에 올라가는 자녀를 위해 교육환경이 좋은 서울지역 아파트로 이사를 고려하고 있다. 특히 강씨는 거주는 물론 오래전에 취득한 보육사 자격증을 활용해 놀이방을 함께 운영할 수 있는 아파트를 물색하고 있다. 일단 젊은 맞벌이 부부가 많이 모여 사는 노원ㆍ강북ㆍ중랑구 등으로 대상 지역을 좁혀 500가구 규모의 중소형 아파트를 위주로 발품을 팔고 있다. 강씨는 “1층의 경우 로얄층에 비해 매매가가 단지에 따라 5,000만~최고 1억원 정도 저렴하고, 놀이방을 운영해 부수입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보육시설로 안성맞춤=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함에 따라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에도 이른바 ‘놀이방’이라 불리는 가정보육시설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도 도봉ㆍ성북ㆍ노원ㆍ양천ㆍ강서ㆍ구로ㆍ관악ㆍ송파구에만 100개가 넘는 가정보육시설이 등록돼 있다. 특히 가장 많은 가정보육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노원구의 경우 당해년도 1월 기준으로 지난 2006년 315개소에서 2007년 359개소, 2008년 397개소로 매년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강북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의 이철웅 마들공인중개사 대표는 “몇 년 전부터 1층 아파트를 놀이방용으로 구입하는 매수자들이 증가했다”며 “지금은 단지별로 놀이방이 빼곡히 들어차 거의 포화상태일 정도”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 내에서 1층은 비인기 층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가정보육시설의 경우 관련법규에 따라 1층에만 허가가 가능토록 제한되고 있기 때문에 1층과 놀이방은 필요충분조건의 관계다. 세테크도 가능하다. 가정보육시설로 해당 구청에 등록돼 5년 이상 운영될 경우 해당 주택은 종합부동산세 합산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다주택자에게 유리하다. ◇공부방으로도 인기=소호족이 증가하면서 공부방 창업도 날로 인기를 얻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 공부방 프랜차이즈 업체를 통해 별도의 가맹비 없이 공부방 물품을 지원 받아 손쉽게 가정에서 공부방 창업을 할 수 있다. 공부방은 가정보육시설처럼 층수의 제한은 없지만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1층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최근 송파구 문정동에서 공부방을 창업한 P씨는 “1층에 위치해 있으면 상층보다 눈에 잘 띄기 때문에 홍보효과가 좋은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임대사업 용으로도 좋아=유주택자가 임대사업용으로 소형아파트를 추가 매입할 경우 1층 아파트도 고려해 볼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갑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1층과 로얄층의 매매가격은 차이가 많이 나는 반면 전세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게 보통”이라며 “임대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들이 1층을 매입할 경우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로얄층 보다 더 뛰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민은행 시세표를 살펴봐도 매물들의 전세가격은 층수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노원구 중계동 주공10단지 79㎡형의 경우 매매가는 2억7,500만~3억3,500만원으로 로얄층과 저층의 가격 격차가 6,000만원 선이다. 반면 전세가격은 1억5,000만~1억7,000만원으로 층별로 최고 2,000만원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 이때 로얄층 대비 저층부의 투자수익률이 약 4% 정도 더 높다. ◇알뜰족은 ‘보여주는 집’을 노린다=최근 경기도 소재 준공이 임박한 미분양 아파트 1층 109㎡형을 계약한 L씨는 쾌재를 불렀다. 저층부의 경우 고층부보다 분양가가 더 저렴한 것은 물론 동호수를 계약자가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미분양 아파트의 장점을 활용해 1층에 위치한 보여주는 집을 골랐다. 보여주는 집은 입주시점에 발코니 확장 및 샷시, 실내 인테리어ㆍ마감 등을 완벽하게 꾸며놓고 입주예정자들이 품목을 고를 수 있도록 한 일종의 ‘샘플 하우스’이다. 보통 보여주는 집은 벽지나 바닥재ㆍ실내 장식 등 내부 마감재를 최고급 사양으로 꾸미는 경우가 많고, 보여주는 집의 입주예정자는 시공비용의 50% 또는 전액을 지원 받을 수 있어 알뜰족에게는 인기. L씨의 경우 저층부 분양가 할인으로 약 3,000만원, 발코니확장비용과 실내 인테리어비용 약 2,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 된 셈이다. ● 업체별 1층 특화 마케팅 "어설픈 2~3층보다 낫네" 층고 높이고…별도 로비…방범서비스… 과거 1층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었다.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인기 단지들도 저층부는 오랫동안 미분양으로 남아 해당 업체의 체면을 구기는 것은 물론 '잔여물량 털어내기'에 골머리를 앓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최근 1층이 진화하고 있다. 1층 차별화를 위한 업체들의 치열한 '특화 마케팅'으로 2~3층에 위치한 어설픈 중저층 보다 1층이 소비자들에게 더 각광 받는 것이 최근 트렌드. ◇쑥쑥 올라가는 층고, 개방감도 좋아요=우미건설은 지난해 경기도 양주 고읍지구에서 공급했던 '우미린'아파트 1층 가구에 한해 펜트하우스와 똑 같은 2.6m 층고를 적용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우미건설의 한 관계자는 "1층 주택의 층고를 높임으로써 과거 1층 주택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답답함이 사라지고 실내 개방감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프라이버시 침해ㆍ소음 걱정 없어요=대림산업이 지난해 특허 취득한 '오렌지 로비'는 엘리베이터와 주출입구를 건물 전면에 배치하고 별도의 로비를 꾸며 1층 가구의 프라이버시를 확보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오렌지 로비는 천정고가 5m에 달해 필로티와 같은 효과를 가져오게끔 설계됐다. ◇도둑 양반! 어딜 넘봐?=GS건설 자이아파트는 그동안 1층 가구의 주요 취약점으로 지적되던 방범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저층부 특화 방범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1층 및 2층 발코니 외부에 적외선 감지기를 설치하고, 가스배관에는 방범보호커버를 설치해 '스파이더맨식'으로 건물 외벽을 타고 침투하는 도둑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 잘 팔리는 1층 고르려면 조경시설 인접한곳·2층같은 1층 좋아 1층 아파트에 투자할 때 빠뜨리지 않고 않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바로 '환금성'이다. 1층 아파트의 경우 다른 층에 비해 원하는 시점에 쉽게 매물을 팔지 못 하는 경우가 다반사. 하지만 같은 단지 내에서도 알짜 1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심해두자. ▦중앙공원을 내 집 정원처럼=최근 웰빙트렌드에 맞춰 소음과 배기가스를 유발하던 주차공간은 모두 지하로 자취를 감추게 됐다. 대신 주차장이 사라진 지상공간에 공원수준의 조경시설 및 녹지공간이 조성되고 있다. 단지 내 중앙공원 및 조경시설과 인접한 동의 1층은 발코니를 통해 탁트인 녹지조망이 가능해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2층 같은 1층을 찾아라!=같은 단지 내에서도 지대차가 존재하는 경우,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 동의 1층은 여느 2층과 같은 조망권과 독립성을 누릴 수 있다. ▦계단식 보다 복도식이 유리=보온이나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복도식 아파트보다는 계단식 아파트를 선호하는 게 일반적. 하지만 1층 주택의 주거환경은 계단식보다는 복도식이 더 뛰어나다. 문만 열면 엘리베이터와 맞닿아 있는 계단식과는 달리 복도식은 공용 엘리베이터가 별도의 공간에 마련돼 있어 소음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 ▦통학거리도 중요=학부형들에게는 통학거리도 주택을 결정하는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다. 특히 단지 규모가 크면 클수록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통학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동을 선호하게 마련이다. ▦ 기피시설, 혐오시설은 'NO'=발코니를 통해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정면으로 조망(?)하게 된다면 그 집은 '파리 날리기 십상'이다. 쓰레기 분리수거장이나 주차장 등 주거쾌적성을 저해하는 시설물과 인접한 1층은 기피대상 1호.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