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고문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쓰겠다(좋겠다)는 의사를 나에게 타진했다"며 "이에 '반 총장을 존경한다. 그만 한 훌륭한 분이 없다'는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내 다른 대선 후보들이 많은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우리가 영입을 해서 경선을 시켜야 한다"며 "그게(다른 후보들과 같은 위치에서 경선을 하는 것이) 우리 당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임기는 오는 2016년 12월31일까지이고 19대 대통령선거는 그 다음해인 2017년 12월이다. 따라서 반 총장이 실제 차기 대선 출마 의지를 갖고 있다면 시간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관측이다.
실제 반 총장은 최근 한길리서치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권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39.7%를 기록할 정도로 정치인으로서의 주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7월까지는 20%대 초반에 머물렀지만 8월부터 30%대를 돌파한 뒤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야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반 총장이 만일 대권에 도전한다면 당연히 새정치연합에서 나올 것"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던 점을 감안하면 새정치연합에서 대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반 총장 측근의 의사 타진이 실제 반 총장의 의중이 담겨 있는지를 담보할 수 없다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이후 대권 도전에 뜻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총장 임기 만료 이후 한국에 돌아와 충분히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겨놓은 유엔 사무총장이 벌써부터 모국의 정치에 발을 담그겠다고 하는 것은 자칫 정치적 생채기만 남길 수 있는 만큼 반 총장의 측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부터 확인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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