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뉴욕 월가 경영진들이 요즘 죄책감도 없이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에게 최고 90%의 연봉삭감이라는 강도 높은 징벌적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22일(이하 현지시간) LA타임스(LAT) 등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조만간 관련 규정을 만들어, 재무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 쓴 씨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 제너럴모터스(GM)와 금융 자회사, 크라이슬러 등 7개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수를 가장 많이 받는 상위 25명의 임원들에 대한 현금 지급액을 지난해 대비 평균 90% 삭감하도록 지시할 계획이다. 또한 상위 25명의 임원들에게 주어지는 보너스를 포함한 총보수의 평균 50%를 깎는 한편, 대부분 임원들은 현금 대신 주식을 받도록 하고 이 주식에 대해서는 매각 제한기간을 설정해 당장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막을 계획이다. 아울러 해당기업 임원들이 2만5,000달러 이상의 리무진, 전용기, 클럽 멤버십 등의 특전을 누리고자 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정부에 허락을 얻도록 했다. 백악관의 이번 조치는 월가의 무분별한 보너스 잔치를 억제하는 상징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지메이슨대학의 J.W.버렛 교수는 "새로운 보수규정으로 해당 기업인들이 사적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면서 "아울러 이 기업들을 매각할 때 수 십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정의의 승리'로까지 높이 평가하며 반기고 있다. '코퍼레이트 라이브러리'의 넬 미노우 편집장은 "우리가 신용과 정의감의 회복에 대해서 말한다면, 이번 조치는 매우 정당하고 가치 있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0일 뉴욕 월가의 민주당 후원자들을 상대로 한 정치자금 모금 연회장에서 "일부의 무절제한 투기와 단견 및 이기심이 야기할 잠재적 재난을 다시 겪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몰염치한 금융인들의 보너스 잔치를 질책하며, 월가의 '연봉 수술'을 예고했다. 그는 또 "금융인들은 필요한 개혁안들을 통과시키는 데 맞서지 말 것을 요구한다"면서 "앞으로 며칠간 격렬한 논란이 있겠지만, 이는 당연한 것이며 그게 우리의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이 같은 연봉수술을 월가 전체로 확대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오바마 대통령의 '개혁 예고'가 있었던 월가의 모금 연회장에는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 월가 대형은행들이 대부분 불참함으로써 오바마의 '월가 때리기'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월가 주요 회사들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보수 규모는 약 1,400억달러로 지난해(1,170억달러) 보다 약 20%가 늘어난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최근 골드만삭스는 올해 1~9월 매출의 절반에 해당하는 167억달러를 임금 및 보너스 용도로 할당했다고 밝혀 미국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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