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판을 뿌리째 뒤흔드는 ‘트럼프 돌풍’과 ‘샌더스 돌풍’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를 비롯한 미 주요 언론이 내린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는 각종 막말과 기행, 여성비하 발언에도 공화당 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고, 버니 샌더스(무소속·민주당) 상원의원은 민주당 유력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턱밑까지 추격하며 힐러리 캠프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두 사람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4월(샌더스), 6월(트럼프) 당시만 해도 지지율이 고작 한자릿수 초반대에 머물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불과 몇 개월 만에 지지율이 폭등하며 대선판의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이들의 가장 큰 공통분모는 각 진영에서 주류와는 거리가 한참 먼 철저한 ‘아웃사이더’라는 점이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는 이렇다 할 중앙정치 경험이 전혀 없고 당내에서 이방인 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무소속이면서 민주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한 샌더스 의원은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인물로, 민주당의 이념보다 훨씬 왼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두 사람과 별개로 공화당에선 트럼프에 이어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HP) 최고경영자(CEO)와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도 급부상하고 있다. 여론조사 상위 10권에도 들지 못해 지난 6일 폭스 뉴스 주최 첫 TV토론에서 2부리그로 강등됐으나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곧바로 선두그룹으로 부상했고, 카슨 역시 토론에서 선전하면서 CNN-ORC의 아이오와 공동 여론조사(8월7∼11일·2,014명)에서 14%를 기록하며 트럼프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피오리나와 카슨 역시 공화당 주류 무대에서 활동한 적이 없는 아웃사이더다.
반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 등 공화당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은 별다른 조명을 받지 못할 뿐 아니라 지지율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WP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성난 유권자들의 분노 표출이라고 해석했다. 기성 정치에 실망을 느낀 유권자들이 때묻지 않은 아웃사이더 후보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하는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에 자문역할을 해 주는 여론조사 전문가 조프 가린은 “기성 정치와 정치인들에 화난 유권자가 많고, 또 부와 권력이 특정계층에 집중되고 자신들은 주변에 머무는 지금의 시스템이 실패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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