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하 암울하던 1970년대. 기지촌 밴드 리더인 상규(조승우)는 만식(차승우) 등 친구 5명과 함께 데블스를 결성하고 서울로 상경한다. 상규를 사랑하는 팀의 매니저 미미(신민아)도 동행한다. 어렵게 서울에 도착한 상규 일행은 팝 칼럼니스트인 이병욱(이성민)의 도움으로 서울 무대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하지만 풍기문란을 이유로 이들의 공연은 금지되고 급기야 경찰에 구금되기까지 되는데…. 그렇다고 쉽사리 물러설 데블스가 아니다. 상규는 데블스 멤버와 의기 투합해 다시 공연을 강행한다. ‘사생결단’의 최호 감독이 연출한 고고70은 오랫동안 공들여 성실하게 만든 작품이란 점은 확실하다. 철저한 자료 조사와 검증으로 당시 시대상을 그럴듯하게 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영화다. 그것도 스크린과 뮤지컬에서 종횡무진하는 배우 조승우를 국내 록 음악의 태동기인 70년대로 불러들여 한바탕 신나는 무대를 펼쳐보이는 일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으리라 짐작된다. 하지만 영화는 스타 한명의 독무대로 2시간을 끌고 가기엔 간단치 않은 작업. 기본적으로 이야기가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전체 분량 중에서 밴드가 노래하는 부분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탓에 배우들의 연기는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 게다가 데블스의 멤버 등을 합해 10명이 넘는 주ㆍ조연 배우가 출연하는데도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이들이 많아 종종 불협화음을 낸다. 아무래도 조승우 혼자 끌고 가기엔 버거울 수밖에 없는 듯 싶다. 내달 2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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