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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전당대회 유감


정치판에 들어와 보니 밖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깨끗하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이 남아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 야당에 들어간 어느 의원에게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이유를 묻자 "공천 받을 돈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호남에 시장ㆍ군수 무소속 출마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은 비공식 '공천헌금' 때문이라고 보도되기도 했다. 필자가 아는 한 한나라당에는 '공천헌금' 거래는 거의 없다. 하지만 어느 당이든 당내 선거에서는 아직 돈 봉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전당대회 때 지방의 원외 지구당에서 버스를 대절해서 서울로 올라오려면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돈 봉투의 존재이유로 말하기도 한다. 한번은 전당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에 필자에게 봉투가 배달됐다. 어느 후보가 보낸 것이었다. 상당한 돈이 담겨있었다. 필자는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소신에 따라 봉투를 돌려보냈다. 필자는 어차피 그 후보를 지지하고 있었고 실제로 그 후보에게 투표했다. 문제는 그 후 벌어졌다. 당선된 후보가 필자를 바라보는 눈초리가 싸늘했다. 이상했다. 지지했는데 왜 그렇게 대할까. 정치 선배에게 물어보니 돈을 돌려보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 그럼 돈을 받을 수는 없는 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돈은 상대방을 믿을 때만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돌려주면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럴 때는 돈을 받지 않아도 지지하겠다고 분명히 의사표시를 해야 오해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도 그 선배의 냉대는 계속되고 있다. 필자에게 죄가 있다면 당내선거에서 돈을 말없이 돌려주는 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몰랐던 점이다. 한나라당은 지금 비상사태다.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는 비대위 체제로 가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 전당대회를 할 것인지 여부는 아직도 논란 중이다. 법적인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를 하는 것이 낫겠지만 법적인 관점에서만 생각할 일은 아닌 것 같다. 당내 세력들은 자기 사람을 지도부에 진입시키기 위해 또 치열하게 편 가르기와 줄 세우기를 할 것이다. 화합하고 단결해야 겨우 헤쳐나갈 수 있는 위기상황에서 당에 균열이 커질 것이다. 그 와중에 돈 봉투도 뿌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벌써부터 전당대회 후유증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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