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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보험설계사도 산재보험 혜택을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국가 전반적으로 복지가 확대되는 가운데 여전히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계층이 있다. 보험설계사와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 레미콘 자차기사,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의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은 근로자도 아니고 완전한 자영업자라 하기도 애매해 법적으로는 특수행태 근로종사자(이하 특고 종사자)라 칭하지만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대표적인 계층이다.

우리나라의 복지제도는 주로 사회보험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해왔으며 선진국도 그렇지만 사회보험은 주로 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되고 도입된 후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재보험도 특고 종사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있는 직종 중심으로 산재보험을 당연히 적용하는 특례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특고 종사자가 희망하는 경우 아무런 제한 없이 산재보험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해 10%도 안 되는 특고 종사자만 적용되고 대다수는 여전히 산재보험의 사각지대에 남겨져 있다. 이에 국회에서는 휴업 등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허용하는 내용의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돼 대다수 여야 의원의 합치된 의견으로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 논의과정에서 민간보험과 산재보험 간의 선택권 인정 여부가 논란이 돼 입법이 보류된 상태다.

논란이 된 사항은 보험설계사의 경우 업무 특성상 재해위험이 낮고 상당수가 이미 회사가 제공하는 단체보험 또는 개인 상해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산재보험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보다는 민간보험과의 선택권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설계사 등 특고 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특례제도를 도입한 취지 등을 감안할 때, 민간보험과의 선택권 허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는 첫째 산재보험은 근로자가 업무 수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해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우선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보험설계사 등 특고 종사자의 경우에도 근로자는 아니지만 업무상 재해위험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실제로 산재보험은 장해유족연금과 요양급여, 요양 중 휴업급여, 재활·복지서비스 등 각종 보상제도를 통해 재해 근로자와 그 가족의 생활안정 및 사회복귀를 보장해주고 있다.



둘째 보험설계사의 경우도 각종 업무상 재해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출장 중 교통사고를 비롯해 근골격계 질환 등 각종 직업병 발병도 증가하고 있고 실제로 2012년에는 출장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보험설계사를 포함해 23명이 업무상 재해로 산재보상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직종에 비해 업무상 재해위험이 낮다 하더라도 이는 보험료율에 반영하면 되는 것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배제할 사유는 되지 못한다.

셋째 보험설계사가 비록 민간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상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가입 여부와 보상수준이 선택적이다 보니 중소보험사 및 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의 경우 민간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경우도 많고 보상 측면에서도 일시금 위주의 한정된 보상에 그치고 과실 비율에 따라 보상액이 감소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업무상 재해로 인한 소득상실 및 각종 비용지출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민간보험과의 선택권 인정은 사회보험의 근간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보험설계사에게 민간보험과 산재보험 간에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회적 연대와 강제 적용을 원칙으로 하는 사회보험의 원리에 맞지 않다. 만일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이 민간보험 가입을 이유로 적용 제외할 수 있도록 한다면 사회보험제도의 존립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고 실제로 이러한 이유로 민간보험과 선택권을 인정해주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이와같이 산재보험은 보험설계사 등 특고 종사자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으로서 당연히 적용돼야 하므로 민간보험은 산재보험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닌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골프장 캐디의 사례와 같이 업무상 재해로 뇌사상태에 빠졌음에도 사업주의 회유나 종용 등으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바람에 산재보상을 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이들이 하루빨리 국가의 사회안전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관련 법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현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에 대한 신속한 논의와 입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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