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앙은 인간의 숙명일까. 지구촌에는 사건과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증오를 심은 테러에서 자연재해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죽어나간다. 미국인들은 유서 깊은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일어난 테러에 치를 떨고 중국은 쓰촨성에서 발생한 지진의 공포에 몸을 떨고 있다.
△역경은 인간의 본 모습을 드러나게 만든다. 평상시는 한없이 좋은 것 같지만 조금만 어려우면 인성이 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위감이 고스톱에서 돈을 잃어 평정을 잃는 모습에 파혼시켰다는 재벌의 얘기도 있다. 자연재해를 당한 사람들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질서를 지키고 인간애를 잃지 않는 모습이 때로 감동을 선사한다. 지진의 나라 일본인들은 쓰나미나 대지진이 닥칠 때마다 세계인들로부터 찬사를 받는다. 침몰하는 배에서 어린아이와 여자를 먼저 구출하는 아름다운 전통도 영국이 잘 나가던 시절에 수송선 버큰헤이드호가 침몰(1852년)할 때 비롯된 것이다.
△보스턴 테러의 희생자 수는 사망 3명에 부상 180여명. 있어서 안될 참사였으나 희생자수가 의외로 적었다. 보스턴의 첨단응급의료시스템이 희생을 줄였다. 압력솥 폭탄이 터지자 무장경찰이 깔리고 환자를 주요병원 8곳으로 후송하는 데 전혀 막힘이 없었다고 한다. 병원들은 사건 발생 불과 5분 뒤부터 부상자를 받았다. 전례 없이 빠른 응급후송시스템은 테러가 빈번한 이스라엘의 병원들로부터 재난대비 교육을 받은 덕분이란다. 침착하고 신속한 응급시스템…. 미국은 역시 선진국이다.
△지진이 발생한 쓰촨성의 응급시스템은 아직 미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희생자도 많다. 사망 180여명에 부상 1만2,227명에 이르지만 이번 지진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를 봤다. 지진이 발생하자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람이 속보를 현장에서 내보냈는데 결혼식에 가려던 쓰촨성 야안TV의 여성 앵커 천잉씨였다. 그 용기와 직업정신이 가상하고 아름답다. 우리도 그럴 수 있을까. 중국은 단순히 많은 인구에서 나오는 값싼 노동력으로 주요 2개국(G2)에 오른 게 아닌 것 같다. 두 나라의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애도를 전한다. 인간정신의 승리에 보내는 경의와 함께. /권홍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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