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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아끼던 정세균 대표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로비 사건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정 대표는 24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그간 직접 대응하는 노력을 극도로 자제해왔지만 당을 흠집 내고 당 대표인 저에 대한 터무니 없는 날조, 명예훼손 사태가 일어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입을 열었다. 정 대표가 곽 전 사장 사건과 관련, 소속 의원들에게 공개적으로 입장을 소상히 밝힌 것은 처음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먼저 자신의 측근이 곽 전 사장으로부터 2만달러를 수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 내용은 사실무근, 날조, 확실한 명예훼손"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한명숙 전 총리의 인사청탁 의혹에 대해 "저는 한 전 총리로부터 어떠한 부탁도 받아본 적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지방선거에 자신 없는 한나라당이 어떻게라도 이겨보기 위해 자신들의 비리를 덮는 차원에서 한 전 총리 문제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저까지 끌어들여 장기적으로 야당 죽이기 공작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에 대해 직시하고 지혜롭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대표가 무대응 기조에서 강경대응 쪽으로 선회한 데는 현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의혹만 증폭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정 대표 개인이 받을 정치적 타격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당장 당내 일각에서는 예산국회 국면에서 대여 투쟁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왔다. 정 대표가 이날 "혹시라도 예산투쟁 전열에 차질이 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대오에 차질이 없도록 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또 재판 과정이 길어지면서 '실체적 진실'이 조속히 규명되지 않을 경우 비주류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정 대표의 장악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정면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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