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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안전자산' 신뢰 흔들

일 무역적자 갈수록 눈덩이

고령화로 경제체질도 약화

글로벌 투자자 우려 커져


로벌 경기가 위축되거나 기축통화인 달러화가 흔들릴 때 글로벌 투자자들이 대안으로 선택하던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신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엔화 약세를 통한 수출 드라이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매달 기록적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아베노믹스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는데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고령화로 경제체질이 취약해질 것이라는 점을 글로벌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방송 CNBC는 23일 무역적자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가 결국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지위를 약화시킬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데이비드 포레스터 맥쿼리증권 수석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무역적자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지난 3월 무역수지는 1조4,462억엔 적자로 일본은 지난해 7월 이후 한 달도 거르지 않고 적자를 기록해왔다. 연간으로 보면 2013년 회계연도(2013년4월~2014년3월) 무역수자 적자는 13조7,488억엔으로 전년 대비 68%나 증가하며 197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 가동이 중단돼 에너지 수입비용이 늘어난 게 직접적인 요인이지만 문제는 일본 정부가 수출기업들을 돕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해온 엔저의 효과가 신통찮다는 점이다. 게다가 갈수록 일본 제조업체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고 첨단제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엔화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만으로는 수출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다 근본적으로 고령화로 인한 경제체질 약화, 재정적자 확대 등이 불가피하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엔화의 지위를 흔드는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저축이나 생산보다는 소비가 늘게 마련이고 이에 따라 저축액이 줄어 해외투자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무역수지 적자를 해외에서 송금돼오는 배당·이자소득 등의 소득수지로 메우면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결국 이마저도 10~20년 후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령화는 안전통화의 또 하나의 중요한 잣대인 공공부채를 악화시키고 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2011년 205%를 기록하며 200%를 돌파한 후 지난해는 226%까지 치솟았다. 포레스터 부사장은 "인구구성의 변화가 결국은 엔화의 안전자산 지위를 빼앗아갈 것이며 일본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약화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글로벌 투자자들은 위기만 터지만 반사적으로 엔화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해 11월 낸 실무보고서에 따르면 리스크 회피에 따른 엔화 강세는 자본유입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역외 파생상품거래 증가가 요인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일본 경제의 펀더먼털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계속되면 이 같은 관행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의문이다.

오사무 다카시마 시티그룹 수석환전략가는 "장기투자자들의 경우 더 이상 엔화를 안전지대로 여기지 않는다"며 "위기시 엔화 강세는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청산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2월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도 "엔화의 안전자산 성격이 기초여건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국제금융시장의 관성 또는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것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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