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도서 총판 업체인 '수송사'가 1월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연초부터 출판 시장에는 먹구름이 드리웠다. 8월에는 총판 '학원서적'이 폐업을 선언했으며 온라인 서점 5위 규모인 대교리브로도 매각이 불발되면서 연말 사업 종료를 확정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 서점과 지역 터줏대감 책방들이 잇따라 간판을 내렸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2003년 2,247개에 달하던 지역 서점이 2011년 1,752개로 급감했다"며 "특히 10평 미만인 동네 서점은 같은 기간 914개에서 무려 74개로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출판 시장의 불황은 온라인 서점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출판연감 통계에 따르면 인터넷 서점의 시장 점유율은 2002년 9.7%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10년 39%까지 올랐지만 올해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지역서점 육성 포럼'을 열고 대안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출판서적의 경우 올해 소설은 외면 받고 시나 에세이는 인기를 끌었다. 올해도 '힐링 열풍'이 이어지면서 100만부를 돌파한 에세이가 나왔지만 팔리는 책만 팔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여전했다.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지난 8월 100만부 판매를 돌파해 150만부 정도 팔렸다.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200만부 기록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반면 소설 등 순수 문학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올해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에 이름을 올린 한국소설 신간은 이정명의 '별을 스치는 바람', 정이현ㆍ알랭 드 보통의 '사랑의 기초' 2개뿐이었다. 시 분야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었다. '시의 귀환'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출판사마다 시집에 정성을 쏟았는데, 문학과지성사ㆍ창비ㆍ민음사에다 문학동네와 문예중앙까지 가세하며 모처럼 시단은 풍성한 한 해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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