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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사행산업 없애야 하나


정진욱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최근 한국마사회의 용산 장외발매소 개장 반대운동과 관련해 사행산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마·복권·카지노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사행산업은 순매출액이 지난 2013년 기준 8조4,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6% 규모다. 사행산업은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며 각종 부작용과 사회문제도 발생시킨다. 모든 사행산업이 사라지고 아무도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분명히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종교든 정부든 어느 누구든 인간의 욕망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금주법(1917∼1933)에서 볼 수 있듯이 역사적으로 많은 정부가 인간의 욕망을 통제하려고 시도했지만 성공한 적은 없다. 도박 욕구 역시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는 인간욕망 중 하나이다.

합법도박 없애면 불법도박 판쳐

인간의 도박욕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역설적이지만 사행산업을 정부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윤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민간기업과 달리 정부나 공기업은 사행산업을 통해 사회후생 증대에 기여할 수 있다. 기여 방식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행산업의 건전성과 적정규모를 유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행산업의 이익금을 사회의 소외계층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사행산업의 건전성과 적정규모는 불법도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불법도박이란 사설경마, 사설카지노, 사행성 아케이드게임, 인터넷 도박 등의 암시장을 말하는데 그 규모가 합법도박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합법도박과 불법도박의 관계에 대해서는 두 가지 주장이 있다. 하나는 합법도박을 줄이면 전반적인 도박욕구가 감소해 불법도박도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고 다른 하나는 합법도박을 줄이면 반사작용으로 불법도박이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전자는 합법도박과 불법도박이 보완재라는 주장이고 후자는 합법도박과 불법도박이 대체재라는 주장이다. 이 중 어느 쪽이 옳은지에 대한 실증분석은 서구에서 활발한데 대부분의 연구는 도박 종류 사이에, 그리고 합법도박과 불법도박 사이에 대체성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그렇다면 합법도박의 규모를 무조건 줄이려는 노력은 불법도박을 늘려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으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차라리 도박욕구를 제도권이 충분히 수용해 암시장의 형성을 막고 사회로 환원되는 이익금을 극대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사행산업이 사회후생의 증대에 기여하는 두 번째 경로는 사행산업의 이익금을 사회의 소외계층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2013년에 사행산업에서 조세와 기금으로 조성된 국고는 5조4,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제도권 수용으로 번 돈 뜻있게 써야

이 이익금을 소외계층이나 공공목적을 위하여 잘 사용한다면 사행산업을 통해 사회후생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복권위원회 위원과 한국마사회 경영평가위원을 각각 3년씩 해본 필자의 경험으로는 우리나라는 이 이익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복권기금은 영국박물관의 재탄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홍콩의 경마기금은 아시아 최고의 대학들을 설립하고 지원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행산업 이익금은 푼돈으로 나뉘어 정부부처의 예산보조금 정도로 사용될 뿐 국민들이 감동할만한 가시적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도박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지만 사행산업은 더 큰 악을 막기 위해서 유지돼야 하는 사회적 '필요악'이다. 정부와 공공 부문이 자랑스럽게 그 일을 감당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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