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지역에 국가지위(statehood)를 부여하는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푸틴의 발언은 우크라이나가 반군에 양보하지 않는다면 가스 공급을 무기로 쓸 수 있다는 은근한 협박"이라고 해석했다. 이 매체는 "푸틴이 가진 비장의 카드는 '다가오는 겨울'"이라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지역 분리주의 세력에 의한 독립을 요구하는 듯한 푸틴의 이 같은 발언 뒤에는 천연가스를 무기화할 수 있다는 은근한 경고의 메시지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빼고 누구도 그것(겨울)을 생각하는 것 같지 않다"며 "가스 저장고를 보충하고 추운 계절에 대비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절반가량을 러시아에서 수입해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지난 4월 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올린 뒤 우크라이나가 가스대금을 내지 않자 6월부터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기존 저장량을 소진하는 동시에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서 수입한 가스를 역수입하는 방식으로 가스를 조달하고 있으나 에너지 사용량이 급증하는 겨울을 러시아의 협조 없이 버티기는 힘든 상황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어떤 경우든 겨울이 시작되면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량이 떨어져 갈수록 푸틴이 우세한 위치에 설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그동안 러시아에 대한 미온적인 대응으로 '종이호랑이'라는 비난을 받아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오는 4~6일 창설 65주년 정상회의에서 러시아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논의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나토 회원국은 이번 회담에서 새로운 '준비태세실행계획(readiness action plan)'을 공개할 예정이다. 핵심은 발트해 및 동유럽 국가에서 나토군의 영구주둔을 배제하기로 한 기존 협약들(유럽 재래식무기감축조약(CFE) 및 나토·러시아 관계정립 조례)에 대한 나토의 입장을 어느 선까지 수정할지다.
당장 발트해 국가와 동유럽에 대한 대규모 병력 영구주둔 논의는 제외되겠지만 '전방에의 적절한 주둔'을 논의할 것이라고 나토의 한 고위관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에 따라 발트해 국가와 동유럽에서의 항구적 주둔보다는 위기시 수시간 내에 해당국으로 병력을 급파할 수 있는 군사력 배치와 해당국에서의 군사훈련 확대방안 등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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