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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11월 4일] 별건수사 안한다더니…
입력2010-11-03 14:34:38
수정
2010.11.03 14:34:38
진영태기자 사회부
“수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습니다. 신사다운 수사를 하겠습니다.”
김준규 검찰총장이 지난해 8월 취임사와 9월 대전고검에서 열린 전국검사장 회의에서 밝힌 내용이다. 당시 김 총장은 별건수사∙표적수사를 없애고 이른 바 ‘먼지털이식’ 강압수사를 금지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대대적인 사정작업에 들어간 검찰의 모습에서 김 총장이 강조한 ‘신사다움’은 찾아 보기 힘들다. 오히려 한 회사를 두고 두달 동안 여섯 번의 계열사 압수수색을 벌이는 상황은 ‘먼지털이식’ 강압수사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비춰진다. 일각에서는 전체 계열사를 다 털면 수사가 끝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깔끔하고 명확한 수사였다면 첫 압수수색과 동시에 관계사 7~8곳 모두를 압수수색하거나, 적어도 단 시간 내에 집중적인 수사를 펼쳐 혐의를 특정해야 했을 것이다. 2개월 동안 한 곳 한 곳 차례로 압수수색하는 모습은 강압 수사 또는 별건수사 의혹을 품게 한다.
검찰 안팎에서도 ‘압수수색’하면 “또야”라는 대답이 첫 번째로 나온다. 최근 연이은 압수수색에도 불구하고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거나, 비자금 또는 차명계좌 액수가 특정되는 일은 찾아 보기 힘들다. 정ㆍ관계 로비의혹 등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만 무성하다. ‘수사받는 고통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던 김 총장의 발언도 무색해졌다.
장기내사를 금지하고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하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권교체 이후 사장연임을 위한 실세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 업체는 벌써 2년간 수사에 노출 돼 있다. 해당 업체는 수사 사실이 언론에 노출될 때마다 곤혹을 치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검찰은 핵심 피의자가 해외로 나가버린 뒤에야 신병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한 재계 인사는 “기업에게 11~12월은 내년 사업을 기획하고 설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검찰의 중구난방식 수사에 미래 계획은 전면 중단된 상태”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과정이 신사답지 못한 수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 지켜보는 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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