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경제를 충실하게 따랐던 일본이 개발 중심의 산업구조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금처럼 쓰고 버리는 식으로 젊은 노동자들을 고용한다면 높아지는 자살률을 막을 수 없습니다.” 강상중(57ㆍ사진) 도쿄대 교수는 6일 방한해 최근 일본에서 100만부 이상 판매된 자신의 저서 ‘고뇌하는 힘’(사계절 펴냄)을 쓰게 된 배경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한 달 통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4,000명이 자살을 했으며, 1년에 4만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지만 일본사회는 이들에 대해 냉정하다”며 “젊은이들이 희망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이처럼 범죄를 통해 그들의 폭력적인 에너지를 분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교수는 일본의 높은 자살률을 ‘일본 국민의 재일교포화’라는 표현으로 설명했다. 과거 재일교포 1세들이 겪었던 차별과 멸시를 이제는 사회의 비정규직으로 밀려난 일본 젊은이들이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가난 속에 살았던 재일교포 1세들은 일본 사회에서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 자살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일본 국민이 재일교포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의 10%가 연 수입 200만엔 이하의 생활을 하는 비정규직입니다.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격리되고,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과거 재일교포가 받았던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10만 명당 20명꼴인 한국의 자살률 역시 일본에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희망을 잃어버린 사회’에서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과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연간 3만명 이상 자살자를 내는 정부는 실격이며 반드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현재 한국 정권 역시 3만명 이상의 자살자를 양산해 내는 정부라면 역시 실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살률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스웨덴ㆍ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 같은 사회보장정책을 제시하면서 “국민이 세금을 많이 내되 높은 수준의 사회복지가 이뤄지는 유럽식의 ‘고복지 고부담’ 방식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또 승자 독식사회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이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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