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중견기업 대표단 초청 오찬 자리에서는 '성장 사다리' 구축을 위한 정부의 중견기업 지원 내용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중견 기업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동시에 정부의 지원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오찬에는 강호감 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 중견기업 회장단 30명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중견기업 대표들은 기업활동을 제약하는 '손톱 밑 가시'에 대해 각종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서지 않으려고 하는 '피터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에 대해 지적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피터팬 신드롬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올라설 때 사라지는 다양한 혜택으로 인해 중소기업에 계속 머무르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우선 "'손톱 밑 가시'를 중견기업에서는 '신발 속 돌멩이'라고 하는데 사실 '신발 속 돌멩이'하고 '손톱 밑 가시'하고 어떤 게 더 괴로울까요"라며 "혹시 다른 이상한 돌멩이가 있어서 목적까지 가는데 힘든 게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면 좋겠다"며 운을 뗐다.
이에 따라 한 참석자는 "최근 정부가 연구개발(R&D) 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초기 중견기업에도 확대하고 있지만 업계의 현실과 기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R&D 투자세액 공제 적용 대상을 최소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공제비율도 중소기업과 유사한 수준까지는 올려주기를 건의 드린다"고 제안했다. 현행 제도는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 8% 공제 비율이 적용되고 있다.
이 참석자는 "R&D 관련한 내용은 세법개정안에 빠져 있는데 R&D 세제지원은 꼭 반영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석자도 "중견기업의 R&D 역량을 강화시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전문 연구인력의 안정적인 공급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중견기업 배정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도한 세금부담에 대한 토로도 이어졌다. 한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가업승계 공제 대상을 매출액 3,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독일의 가업상속 제도를 벤치마킹해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매출액 1조원 미만 기업까지 확대해 보다 많은 중견기업들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다른 CEO도 "올해부터 시행된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 중소ㆍ중견기업까지 포함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기업규모와 조직형태 등에 관계없이 일률적인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어려운 국내 중소ㆍ중견기업들에는 커다란 규제이자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본래 취지에 맞게 적용 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으로 한정하고 업종 거래 유형에 따라 적용 예외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중견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참석자는 "해외시장 개척은 중소ㆍ중견기업 모두 낯설고 어려운 문제이므로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갖춰질 때까지 정부가 현지 정부 및 법률, 특허, 인력 채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계속해주길 건의한다"며 "저희들만의 사이즈에 맞는 지원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참석자는 고용률 70% 달성과 관련해 "중견기업이야말로 청년들이 요구하는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어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열쇠이므로 고용정책 대상을 중견기업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도전적 기업활동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창조경제에 앞장설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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