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는 부족하지만 발전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에 3년 이상 장기대출을 해주고 은행이 대출해준 회사의 지분도 15%까지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관계형 금융'이 은행권에서 시행된다. 관계형 금융은 은행의 '보신주의(담보 위주 대출)'를 타파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기술금융과 함께 독려하는 새로운 대출 시스템이다. 특히 지분투자를 통해 은행이 중소기업 주주로 직접 참여하게 한 점은 지금까지 은행의 투자관행을 고려할 때 파격적이다. 다만 기업들 입장에서는 당장 돈이 급해도 은행의 경영 참여가 달갑지 않을 수 있어 활성화 여부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오는 24일부터 은행권과 공동으로 관계형 금융 방안을 도입한다고 16일 밝혔다. 관계형 금융은 사업전망이 양호함에도 충분한 담보나 보증을 제공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적기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의 담보·보증대출 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58.2%에 달하며 신용대출은 깐깐한 신용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관계형 금융은 기존의 계량정보뿐 아니라 기업 대표자의 경영 의지, 업계 평판, 거래 신뢰도, 사업전망, 채무상환 능력 등 비계량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출해주는 시스템이다. 은행은 기업의 경영현황을 종합적으로 심사해 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심사 결과에 따라 대출한도 및 금리를 우대한다.
또 필요할 경우 전환상환우선주, 주식연계채권(CW·BW) 등에 은행이 3년 이상 장기 투자해 주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법상 타 회사 주식보유 한도는 15%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투자금융 차원에서 지분을 투자해왔으나 앞으로는 여신확대 방편으로 지분투자를 하는 것이다. 은행은 이와 함께 기업 경영정보를 기초로 기업에 필요한 세무·법률 등 경영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관계형 금융의 대상 업종은 당분간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업으로 제한한다.
금융당국은 관계형 금융 정착을 위해 관련 실적을 은행혁신성평가지표와 영업점성과평가지표 등에 반영하도록 했다. 또 관련 대출을 취급한 은행 직원들이 절차만 준수했다면 사후 대출이 부실해지더라도 면책될 수 있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통해 발전 가능성이 큰 중소기업들이 필요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행 지분투자를 통한 경영간섭 등이 기업경영에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어 관계형 금융 자체가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세훈 금감원 중소기업지원실장은 "은행의 지분투자는 중소기업의 대외신인도 제고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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