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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12월 4일] 두바이는 신기루였던가?
입력2009-12-03 17:42:21
수정
2009.12.03 17:42:21
걸프만으로 불리는 중동 아라비아만 연안의 아랍에미리트 연방을 구성하는 7개 토후국(土侯國ㆍEmirateㆍ부족의 수장이나 실력자가 지배하는 국가) 중 하나로 인구가 200만명에 불과한 두바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바이는 아부다비에 이어 연방에서 두 번째로 큰 토후국이자 이 나라의 중심도시. 한때 조그만 항구도시였지만 지금은 현대적 상업도시로 탈바꿈했고 세계적 명품도시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천지개벽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모험을 단행했다.
기적의 현장이 부실 현장으로
세상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두바이는 상상 속에 머물던 꿈의 도시를 현실로 옮겨놓은 기적의 현장이었다. 두바이에는 호기심에 찬 관광객과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뿌연 먼지로 뒤덮인 두바이를 일컫는 표현은 '두바이는 공사 중'이었다. 지구상에 있는 크레인의 20%가 두바이 건설현장에 있었다니 프로젝트 규모를 가히 짐작할 만하다.
두바이가 수많은 미디어와 경영대가의 주목을 받은 것은 프로젝트 규모 때문만이 아니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부와 명성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과 꿈을 현실로 공유하려는 셰이크 무하마드의 탁월한 리더십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966년 발견된 유전만으로는 자신들의 후손까지 풍요롭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경제적 번영을 국가 비전으로 내세움으로써 국민의 단합과 신뢰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문학과 시적 감각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나라를 꾸며간다는 스토리를 만들어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냄으로써 외국 자본ㆍ근로자를 끌어들였다.
'창조력'이라는 비전하에 사막 두바이를 세계 최고의 관광자원으로 만들려는 과감한 시도는 도처에 눈에 띈다. 다양한 인공섬들, 범선 모양 7성 호텔, 해면 20m 아래에 지은 수중호텔, 서울시 절반 면적의 테마파크와 초고층 빌딩, 벽면에 설치된 전동차를 타고 이동하는 크리스털 돔, 그밖에 세계 최대 면세지역, 두바이 국제금융센터, 세계 최대 쇼핑몰, 예술품 같은 도시 전체의 건축물 모두가 프로젝트의 10%만 열거한 것이라니 상상을 초월한다.
필자는 지난해 어느 신문기사를 보고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과제를 내준 적이 있다. "현재 120층까지 올라가고 있는 버즈두바이 빌딩의 120번째 층이 알 타카둠 부동산중개회사에 의해 이탈리아 투자가에게 1,360만달러에 매각됐다. 2009년에 빌딩이 완공되면 4,000만달러의 가치가 있으리라 예상된다는데 그럴듯한 수치인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손실규모는 얼마가 되겠는가." 낙관적 미래전망과 불굴의 도전정신 일색인 분위기 속에서 사업성 측면을 냉철하게 분석해보자는 의미였다.
그 염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지난달 25일 두바이 최대 국영기업인 두바이월드가 59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부채에 대해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을 선언한 것이다.
대형사업에 타산지석 삼아야
두바이월드는 세계적 규모의 항만 운영기업 DP(Dubai Port)월드를 자회사로 갖고 있는 글로벌 복합기업으로 아랍 정부가 지원하는 '두바이 드림'의 실질적 주체이기도 하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실물경제를 위축시켜 글로벌 물동량과 해운산업, 그리고 항만물류의 위축을 야기했다. 두바이월드의 구조조정에 따른 인구유출과 자산매각은 부동산시장에 또 다른 충격을 줄 것이다. 그동안 롤모델로 작용하던 셰이크 무하마드의 리더십도 타격을 받았다.
시작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소신을 갖고 시작한 일은 실패해도 후회는 없다. 그러나 실패는 수많은 사람들을 오랜 시간 고통스럽게 한다. 두바이 쇼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형 국가사업의 수익성과 잠재적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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