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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

박항식 미래부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 공동단장


최근 미국의 페이스북이 무려 20조원(190억달러)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메신저 서비스인 '왓츠앱(WhatsApp)'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어마어마한 인수 규모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더 크게 놀란 이야기가 있다. 왓츠앱의 공동창업자인 미국인 브라이언 액턴의 극적인 반전 스토리가 바로 그것이다. 4년 전 그는 11년간 근무하던 야후(Yahoo)를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찾는 중 페이스북의 문을 두드렸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는 다른 직장이라는 차선책을 찾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모험적인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왓츠앱을 창업해 자신을 거부한 회사를 상대로 몇 년 만에 대박을 일궈낸 것이다.

우리는 은연중에 인생에도 정답이 있다고 여기며 살고 있다. 그렇게 교육을 받아온 탓도 클 것이다. 학교에 가면 흔히 선생님이 '이 문제 아는 사람 나와서 풀어봐'라고 얘기를 한다. 낯선 문제일 경우 나만 정답을 모르는 것 같아 불안하고 주눅이 들기 시작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쌓이게 되면 수업에 흥미를 잃고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시험 문제도 주로 4개나 5개 중 정답 하나를 골라야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정답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애면글면하는 정답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도 정답을 찾는 노력은 계속된다. 10대에는 좋은 대학 진학, 20대는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기, 30대는 결혼과 집 장만, 40대는 훌륭한 자녀교육, 50대는 착실한 노후준비가 정답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이런 정답인생의 항로는 내가 고민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찾은 길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지나온 안전한 길이다. 10명 중 8명이 대학을 진학하고 어떤 학과와 전공인지보다는 어느 대학인지를, 무슨 일을 하고 있나 보다는 어느 회사에 다니는지를 더 궁금해하는 것 등이 정답만을 추구하는 사회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창조경제를 두고도 정답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개념이 모호하다며 비판도 하고 답이 틀렸다고 호통을 치는 경우도 있다.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창조경제의 방향을 두고도 이스라엘 방식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독일의 길이 옳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벤치마킹은 모방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향과 길을 찾기 위함이라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학을 중퇴한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처럼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을 그만둬야 한다며 이를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포드대 졸업 축사에서 '남의 인생을 사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한 바 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창조경제타운'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자신만의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활동하는 공간이다. 주부의 시선에서 단체급식의 식사량을 예측해 음식물 쓰레기를 절감하는 아이디어로 앱을 개발한 주부의 경우가 좋은 사례다. 그전까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입시다'라고 감성에 호소하는 캠페인만이 정답 내지는 상식으로 여겨져 왔었는데 이를 넘어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한 것이다. 창조경제시대에 정부의 역할도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 등 민간주체들이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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