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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가 안 될 때는 5,000원도 저축했고 잘되면 몇 만원도 했습니다. 매일매일 저금해서 한 달이 되면 그 돈으로 적금을 넣고 그렇게 해서 만기가 되면 또 적금을 부었습니다." 올해 저축왕으로 선정된 이춘자(58)씨는 20여년 가까이 시장 좌판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팔아 저축을 해온 '떡볶이 저축왕'이다. 장사를 시작한 지난 1991년부터 19년간 하루도 빼놓지 않고 저축을 했다. 이씨가 19년간 떡볶이와 순대를 팔아 저금한 돈은 1억6,000만원이 넘는다. 어린 시절 어려운 집안형편으로 근점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뱄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씨가 저축왕으로 선정된 것은 꾸준히 저축만 했던 까닭은 아니다. 어린 시절 어려움을 잊지 않고 힘든 형편에서도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따듯한 손길을 나누는 미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1951년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려운 살림 속에서 언니와 오빠의 도움으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며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1976년 현대중공업 외주업체에 다니던 남편과 결혼한 이씨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학습지ㆍ우유 배달 등 고된 일도 마다하지 않았고 1991년부터는 떡볶이와 순대 등을 파는 노점상을 시작했다. 노점상을 하면서 수입이 어느 정도 늘었지만 조금이라도 덜 쓰고 아끼는 절약정신은 버리지 않았다. 근검절약하면서도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잊지 않았다. 독거노인에게 손수 삶은 국수를 무료로 제공하고 명절에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이씨는 "노인들에게 밥을 사드리거나 가게에서 국수를 삶아드린 것뿐인데 큰 상을 받게 돼 부끄럽다"며 "없는 살림에 남 따라가려고 무리하지 않고 아래도 위도 쳐다보지 않고 내 생활 수준에 맞게 살려고 노력했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한편 정부는 27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46회 '저축의날' 기념식을 갖고 훈장 1명, 포장 3명, 대통령 표창 6명 등 총 94명에게 저축상을 수여했다. 이춘자씨가 최고상인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 국민포장은 장경희(61ㆍ분식업)씨, 신란례(66ㆍ독거노인)씨, 강어근선(85ㆍ주부)씨가 받았다. 연예인 중에는 영화배우 장동건씨가 대통령 표창을, 영화배우 김아중씨와 가수 이자연(본명 이현옥)씨가 국무총리 표창을, 가수 이민우씨가 금융위원장 표창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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